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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 '박준경 시대' 천명···'4전4패' 박철완, 반란 실패했다

금호석유 '박준경 시대' 천명···'4전4패' 박철완, 반란 실패했다

등록 2022.07.21 13:46

이세정

  기자

박찬구 회장 장남 박준경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의결권 지분 99%가 찬성표···압도적 표차로 승리박철완 가계에 출석 주주 1% 정도만 반대표 행사영업 중심 풍부한 실전 경험 박 부사장, 신사업도 지휘확고한 지지세력 없는 박 전 상무, 분쟁 동력 완전상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3세경영 시대'를 천명했다. 박 부사장은 주력 사업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신재생 에너지와 2차전지 등 미래 신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1년부터 이어져 온 '사촌'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공격은 사실상 완전 종식된 분위기다. 총 4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박 전 상무는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준경 시대'가 조기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호석화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박준경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신규 사외이사 2인의 선임안을 다뤘다. 표결 결과 모든 안건은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회사에 따르면 사측 안건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을 이끌어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호석화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박 회장 가계와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15%다. 박 전 상무 가계는 10.22%이고, 국민연금 6.82%, OCI 0.56% 등이다. 일반 소액주주 지분은 53.20%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일찍이 사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고, 국민연금과 대다수 기관 역시 사측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상무 가계 지분을 제외하면, 의결권 지분 99%가 사측에 동의한 것이다. 박 전 상무 가계를 제외한 일반주주 가운데 사측 안건에 반대한 지분율은 출석주주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금호석화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 영업본부장에 올랐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박 부사장은 영업본부를 총괄하며 금호석화의 역대급 실적을 쌓는데 기여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력 사업의 실적 둔화 대응이다. 금호석화는 지난 2분기에 위축된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실적 전망치는 매출 2조1823억원, 영업이익 3457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2분기나 올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분기 대비해서도 20% 넘게 감소한 수치다. 최근 들어서는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실적 눈높이를 더욱 낮추는 분위기다.

이 같은 실적은 시황 둔화와 원재료값 인상 부담이 반영된 결과다. 주원료인 부타디엔(BD) 가격은 1분기 대비 40% 가량 급등한 반면,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가격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쳐 수익성이 악화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혜를 입은 NB라텍스는 잇따른 증설과 수요 감소로 가격 약세가 지속됐다. 증권가에서는 내년까지는 시황의 다운텀(Down-tum)이 이어지다 2024년께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 부사장은 영업 부문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현업에서 실전 감각을 익혀 온 만큼,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은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석화그룹은 지난달 체질 개선을 위해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 등 결단을 내리려면 오너 리더십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룹은 코어사업 고도화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SG사업과 신성장 동력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박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 직후 "경영진과 전 임직원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임시 주총을 기점으로 박 전 상무가 촉발한 경영권 전쟁은 분쟁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박 전 상무가 첫 표대결에 나선 지난해 정기 주총만 하더라도 박 전 상무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53%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은 바 있다.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은 당시 경영진을 압박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 사내이사 후보가 더 많은 찬성표를 받았고, 박 전 상무는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어진 주총에서도 번번히 패배했다. 박 회장과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는 3월 주총 직후 자진 사임했고 사내이사 2석은 공석이 됐다. 사측은 작년 5월 고영훈 중앙연구소장과 고영도 관리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뤘는데, 박 전 상무 측은 표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3월 주총에서는 박 전 상무 측 안건 찬성율이 전년보다 더욱 낮아졌고, 주주제안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특히 박 전 상무는 모친과 장인어른, 3명의 누나까지 분쟁에 참여시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박 회장 측과의 지분격차는 4%대로 크지 않다. 하지만 지분율은 1년 넘게 변동이 없다. 경영권 분쟁 이슈는 주가 상승 재료임에도 불구 주가는 오히려 지지부진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별다른 제스처도 없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압도적 찬성표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박 전 상무가 현 경영진을 공격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며 "박 전 상무는 분쟁 초반에는 일반주주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임총으로 가계를 제외한 지지 기반이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부사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는 디딤돌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재무·금융 부문 전문가인 권태균 사외이사와 환경 부문 전문가인 이지윤 사외이사의 선임안도 통과됐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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