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사법리스크 덜었다···회장 선임 성큼

채용비리 혐의 1심 '증거불충분' 무죄

함 부회장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하겠다"

오는 14일엔 DLF 행정소송···손태승 사례 주목

하나금융 25일 주총서 회장 선임···"리스크 해소"

하나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채용비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인 함영주 부회장이 채용 비리 관련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아 사법 리스크를 덜어냈다. 함 부회장은 판결 직후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함 부회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함 부회장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월 결심 공판에서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 부회장이 2015년 하나은행장 시절 특정인으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런 행위가 일종의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 방해라는 취지다.

하지만 함 부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행장 추천이 인사부 담당자들의 행위나 면접의 공정성을 제한한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를 면접 위원으로 특정했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면접위원은 업무방해의 피해자가 될 수 없어 피해자가 없다면 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날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에 "피고인이 지원자들에 대한 인사부추천을 전달한 것을 자인하고 있으나 이 외 합격여부를 따로 확인해 전달하지 않았으므로 합격여부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지시의 존재를 증명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8일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새로운 회장 후보로 단독 낙점해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오면서 금융권에선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법률 리스크를 덜어낸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벌금형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벌금형 종료 시 5년간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으며 집행유예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임원을 재직할 수 없다.

당장 함 부회장이 오는 14일 해외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선고도 앞두고 있지만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같은 소송에서 승소한 만큼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들어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낸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고 이에 함 부회장은 금감원장을 상대로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함 부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을 해야겠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예정된 DLF 불완전판매 관련 소송에는 "성실히 소명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