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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정공법이냐, 우회전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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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리포트]정몽구·의선 부자, 글로비스 지분 10% 매각
6113억 규모···주주가치 제고·불확실성 해소 차원
내부거래율 70%···‘일감몰아주기’ 규제 사정권 밖
현대모비스 최상단 유력, 兆단위 ‘실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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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매각했다. 그룹은 지분 정리 이유를 ‘주주가치’와 연결지었다.

하지만 재계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지분 매각을 기점으로 한 차례 무산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규제도 피하고 지배구조개편도 재개하는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처분, 6113억어치 현금화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23.29%) 가운데 123만2299주(3.29%)를, 정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인 251만7701주(6.7%)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16만3000원이다. 정 회장의 주식 매각대금은 2009억원, 정 명예회장은 4104억원이다. 현대차그룹 총수일가 2인은 총 6113억원 어치를 현금화했다.

이들 부자(父子)가 처분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PROJECT GUARDIAN HOLDINGS LIMITED)가 사들였다.

이에 따라 정 회장 지분율은 19.99%로 낮아졌다. 대신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지분율 10%로 3대주주 지위를 차지했다.

이번 블록딜의 표면적인 입장은 주주가치 향상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사를 핵심 주주로 유치한 만큼, 경영 투명성 제고 등으로 주주가치 창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은 나름 설득력을 가진다.

◇내부 의존도 높아…사익편취 규제 리스크 해소 = 실질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재계 전반의 분석이다. 당장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크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기존 총수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들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종전 지분율은 29.99%로, 규제 대상에 해당했다. 정 회장이 지분율을 정확히 20% 미만으로 떨어트린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2001년 현대차그룹 물류전문기업 한국로지텍으로 설립됐고, 2003년 글로비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가 붙은 것은 2011년부터다. 주된 사업은 완성차나 중고차, 차량용 부품 등을 운송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국내외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낮추지 않으면, 현대글로비스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오르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룹 물량의 수주 자체가 ‘일감 몰아주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영환경 악화로까지 이어질 여지는 충분했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축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 부자는 2015년에도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당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상장사 지분 30% 이상을 소유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규정했다. 두 사람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를 주당 23만500원에 처분, 총 1조1802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지분율도 43.39%에서 29.99%로 13.39%포인트 낮아졌다.

◇‘미완’의 정의선 시대…현대모비스 ‘정점’ 지배구조 유력 = 세밀하게 따져보면, 이번 주식 매각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정 회장은 지난해 동일인(총수)으로 새롭게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정의선 체제’를 시작했다. 또 최근 부친의 최측근이던 ‘가신집단’을 모두 용퇴시키며 확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정의선의 현대차그룹’은 미완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정 회장을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가 구축되지 못한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기아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계열사간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 핵심 계열사로 현대글로비스가 부상했다.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AS(애프터서비스) 부품 및 모듈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0.61 대 1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알짜사업’까지 맡게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PEF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사 3곳을 통합해 지주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엘리엇이 3개사 지분을 매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1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무산됐다. 이후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방안은 앞서 시도한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세우는 것이다. 대신 분할합병 방식은 이미 시장 반발을 산 만큼,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배구조는 ‘정 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가 된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시작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정 회장은 2020년 3월 현대모비스 주식 410억원 어치를 첫 취득했다. 개인사재로 매입했는데, 자금 출처는 2019년 3월 상장한 현대오토에버 구주 매출로 확보한 965억원 중 일부다.

◇수조원대 실탄 충전해야…엔지니어링 상장도 같은 맥락 = 정 회장이 지배구조 재정비에 돌입하려면 실탄 확보가 시급하다. 지배구조 개편만큼,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를 최상단에 배치한다고 가정해보자. 시장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기아차 등 계열사가 현대모비스 주식을 정리하고, 정 회장이 이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다. 정 명예회장은 7.15%를 들고 있다. 오너가 지분율은 7.47%다. 계열사의 경우 기아는 17.33%를,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5.81%, 0.69%다. 3개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가치는 전날 현대모비스 종가 25만7000원을 기준으로 6조원에 육박한다.

현대모비스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정 회장은 20% 미만의 지분율을 유지해야 한다.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12.52%인데, 약 3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정 회장이 다음달 15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현금 마련의 연장선상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시가총액은 62조원대 안팎이다. 정 회장의 현 지분율은 11.72%(890만3270주)인데, 상장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534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3000억~40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취득한 6113억원을 더하면, 1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주식 약 4%를 매집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회사는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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