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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에도 이어지는 ‘쪼개기 상장’···분노하는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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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리포트]물적분할 후 상장···사세 확장 vs 주주 가치
지난해 SKIET·카카오뱅크 등 쪼개기 상장 사례 등장
기업, 대주주 기존 지배력 유지하며 손쉽게 자금 조달
자회사 분할 후 미래 모멘텀 실종에 모회사 주가 하락
“대주주 주머니만 키우고 주주 손해는 나몰라라” 논란
해외 기업, “모회사 주주 이익 먼저” 자회사 상장 지양
동학개미 “평등·공정 시장 추구한다면 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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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드러난 특징 중 하나는 유력 대기업 계열사의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이었다.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비롯해 이달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도 이 사례에 속한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언급된 이 사례는 사세 확장과 경영자금 조달의 용이함으로 여러 기업들이 적극 활용했지만 모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하락하는 문제가 겹치면서 상당한 논란을 만들어냈다.

기업들의 대표적 분할 방법으로 꼽히는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자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기 때문에 기업은 기존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신설 자회사 상장을 통해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유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물적분할과 상장 후 꼬리표처럼 붙은 것은 모회사의 주가 하락이다. 자회사의 분할과 상장 추진을 선언한 후 대부분의 모회사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해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 분할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SK이노베이션 등이 대표적 사례다.

대기업들의 잇단 자회사 물적분할과 상장으로 대주주들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지만 모회사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투자했던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거듭되면서 분노한 동학개미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 기업은 주주 가치 보존을 먼저 생각하기에 분할 후 상장을 지양하고 있는데 유독 대한민국 기업만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을 고수하느냐면서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울분에 찬 동학개미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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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지키고 싶은 韓기업 특성, 물적분할 선호 배경 돼
회사에 대한 자산이나 지배력의 감소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 한국 기업 특유의 성격 탓에 물적분할은 국내 기업의 대표적 분할 방안으로 꼽혀 왔다.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기업은 SK그룹이다. SK㈜에서 물적분할된 SK바이오팜,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SKIET,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된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분할 후 재상장에 나선 대표적 SK 계열사들이다.

이 회사들의 상장을 통해 SK그룹이 조달한 자금은 수조원에 이른다. 역대 코스피 공모액 6위에 이름을 올린 SKIET에서 2조2460억원을 조달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1조4917억원이 모였다. 두 회사를 통해서만 3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영 여건을 고려한다면 물적분할만큼 매력적인 카드는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수조원을 들여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기업 간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이고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 지분을 시장에 팔면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기에 일부 단점이 있어도 분할 후 상장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회사의 분할 후 상장을 사실상 차단하겠다고 나선 포스코다. 포스코는 기존 포스코 주주들의 동의 없이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을 회사 정관에 명문화했다.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에 사실상 분할 후 상장은 쉽지 않게 됐다.

재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포스코의 사례가 확산된다면 봇물처럼 이어졌던 대기업들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사례가 다소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다.

◇母 주주 우대·이중상장 지양…‘글로벌 스탠더드’는 달랐다
해외 기업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시키는 일이 드물다. 지주사나 지배구조 상단의 모회사만 상장사로 두고 나머지 자회사는 비상장사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주사인 알파벳은 상장사로, 자회사 구글과 유튜브, 딥마인드 등은 비상장사로 둔 구글이 대표적이다. 자회사 주식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들의 ‘디스카운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할 경우에도 한국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는 지난해 2월 상용차 부문 분할 계획을 밝히고 지난달 10일 신규 법인 다임러트럭을 독일 증시에 상장시켰다.

다임러트럭은 상용차 부문 세계 최대 규모로 다임러의 핵심 사업부였다.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낸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행보다.

그런데 모회사 다임러 주가는 최초 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다임러트럭 상장일까지 49.4% 급등했다. 분할 계획 발표 이후 국내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이유는 다임러가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중 65%를 지분율에 따라 배정받았다. 나머지 35%만 모회사 다임러가 가져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주주총회에서 분할안건은 찬성률이 99%를 넘었다”며 “상장되는 자회사 주식이 자회사 공모주 투자자 뿐 아니라 기존 모회사 주주들도 공정하게 배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IPO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가 소외되는 국내와는 정반대라는 평가다.

모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를 상폐시키는 경우도 있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지난해 4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 NTT도코모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돌린 뒤 상장폐지시켰다. 앞서 히타치, 소니 등도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상장 폐지를 단행했다.

일본은 모자회사 이중 상장에 부정적인 대표적 나라다. 일본의 개정 지배구조 지침에 따르면 지배주주(모회사)가 있는 상장사는 독립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본 내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한 기업 비중은 2006년 20%에서 2019년 7%까지 감소했다.

최남곤 연구원은 “물적분할보다 지적받아야 할 진짜 문제는 이중 상장”이라며 “지주사 역할을 하는 (모회사는) 배당의 형태로 투자 재원을 확보해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 집행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지주사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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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소액주주 “물적분할로 재산피해‧주주평등권 침해…제도개선하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유행처럼 번지는 물적분할에 제동을 걸고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섰다. 알짜사업을 떼어내면 기업가치 훼손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신설법인 상장 시 기존주주는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소요되는 비용이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사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 CJ ENM 등 물적분할로 피해가 예상되는 소액주주들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식이 많은 지배주주가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의 재산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공범처럼 가만히 있고 정치인들도 먼 산 불구경 하는 사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재산이 반토막 나는 참사가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로 지배권이 강화돼 장래의 천문학적 이익이 보장된 대기업 오너와 지배주주들은 피해자가 된 소얙주주들에게 손해배상 차원의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배터리사업이 떨어져나간 LG화학의 주가는 지난해 초 고점 대비 35% 가량 급락한 상태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SK이노베이션 등도 잇따라 물적분할을 결정하며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최근엔 포스코와 CJ ENM 등도 물적분할 추진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물적분할이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쪼개기 상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의 재상장은 주주평등권을 침해하는 사안인 만큼 반드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동학개미들의 주장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포스코는 재상장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주들의 의사에 반할 경우 회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이 현실적인 개선책으로 꼽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정부가 여야합의 없이 자본시장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방안이라는 평가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한국거래소에서 물적분할 관련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우선 공모제 역시 금융투자협회의 규정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LG화학을 시작으로 지난해 물적분할 공시가 47건에 달하며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정치권은 물적분할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경보 기자 pkb@
정백현 기자 andrew.j@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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