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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감원장, 말 많던 ‘종합검사’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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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에 종합검사 자료요청 하고 돌연 ‘유보’
하반기 예정된 종합검사 일정 줄줄이 다시 밀려
정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만나 “검사 체계 개선”
금융권은 “논란 속 부활한 종합검사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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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전임 원장 시절 부활한 종합검사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종합검사 계획을 돌연 유보한 데 이어 정 원장이 직접 검사 체계 개편을 예고하면서다. 금융권에선 정 원장 발언을 반기는 동시에 논란 속에 재탄생한 종합검사를 폐지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정 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균형잡힌 검사 체계 개편’을 내걸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 원장, 금감원 전략감독부원장보, KB 윤종규 회장, 하나 김정태 회장, 농협 손병환 회장, 우리 손태승 회장, BNK 김지완 회장, DGB 김태오 회장, JB 김기홍 회장이 참석했다.

정 원장은 인사말에서 “금감원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현행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로 구분되는 검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금융사와 ‘소통 강화’도 이날 다시 언급했다. 정 원장은 “실제 검사 현장과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회사와 소통채널을 확대하는 등 검사처리 체계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비하겠다”며 “금융회사의 규모와 업무 복잡성 특성에 맞게 검사 주기와 방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종합검사 계획을 예고했다가 전날 돌연 ‘유보’ 통보를 한 터라 정 원장의 이날 발언은 종합검사 폐지나 대폭 수정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연초 수립한 종합검사 계획에 따라 우리금융에 사전 자료 요청까지 주문했다가 이례적으로 유보 통보를 한 데 이어 정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취임 후 첫 회동 자리에서 검사 체계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정 원장이 종합검사 힘 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꾸준했던 점과 연결 짓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 제재 체계 개선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원장의 이번 발언이 종합검사 대상을 제한하는 형태로 수정하거나 내심 폐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자료 요청까지 하고도 유보까지 내걸 상황은 현재로선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코로나19를 유보 이유로 통보했다고 알려졌지만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6월 2년 만에 종합검사를 받았다. 당시 현장 실사에 제한적이었지만 방역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최대한 현장 검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10월 경영실태평가를 받았으며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후 현재까지 종합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5대 금융지주 중 금감원 종합검사를 받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뿐이다.

여기에 정 원장 취임 전 금감원이 올해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으로 내건 우리금융을 포함해 카카오뱅크, 동양생명, KB손해보험 등에 대한 종합검사 일정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등으로 뒤로 밀린 상태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전임 금감원장 시절 논란 속에 부활했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 비판 여론이 꾸준하다.

금감원의 과도한 자료 요구와 인력 투입으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동시에 언제든 금융사 길들이기를 내포한 표적 검사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폐지됐던 종합검사가 전임 금감원장 시절인 2018년에 재개돼 금융사에 막중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지나친 규제 일변도였던 시절과 지금은 또다시 달라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도입과 폐지를 반복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종합검사의 관행적인 성격에 주목해 2015년 이를 폐지했다.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규제보다는 소통으로 발전적인 지점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철학이었다. 당시 진 전 금감원장은 “금융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최소한만 간여해 자율과 창의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감독관행의 물꼬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2018년 3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금감원의 금융사 감독과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전혀 다른 노선을 취했다. 문제는 이때 재개한 종합감사를 두고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하는 금융권 시선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금감원 감독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효율성에서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금융사를 위한 종합검사에 금감원 인력 30여명이 투입돼 한 달여의 종합검사를 하면서 과도한 자료 요청으로 금융사 직원들이 불만을 겪는다는 뒷말도 꾸준했다. 윤 전 원장 시절 우수한 금융회사에 종합검사 면제 혜택을 주고 취약점 많은 금융회사만 골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금감원의 먼지털기식 검사와 보복성 검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종합검사 이후에도 막상 금융 사고가 발생해 제대로 된 종합검사가 진행된 것 맞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종합검사가 다시 시행되고도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 등이 불거진 것은 역설적으로 ‘강한 사전 감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 종합검사를 둘러싼 정은보 원장의 입장 표명을 기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 원장은 지난달 7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도 “금융업계에서 현재 금감원의 전체적 검사와 제재가 과연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과 소통하고 지원하겠다는 정 원장의 취임 일성이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으로 나온 것 같다”며 “종합검사를 폐지해도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대대적인 손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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