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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리포트]행동주의 펀드 표적된 韓 기업 ‘쪼개기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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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모회사 디스카운트’ 발생
美·日서는 드문 현상···주주 가치 훼손 심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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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이 잇따르면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상장 모회사가 지분을 보유 중인 자회사를 신규 상장하는 방식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자본시장에선 보기 힘든 방식이다. 핵심 사업의 이탈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주 서한을 통해 국내 기업의 쪼개기 상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총 157개로 지난 2015년(131개) 대비 19.8% 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기업공개)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대기업 계열사가 크게 늘었다.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한 SK그룹을 포함해 카카오, LG, 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잇달아 상장시켰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SK에서 제약 사업 부문을 분사해 독립한 뒤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했다.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에서 각각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 입성했다. SK그룹의 상장사는 2015년 15개에서 올해 20개로 늘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하반기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내년 상장 예정 계열사도 적지 않다. 그밖에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에서 분사),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에서 분사) 등 대기업 계열사가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다.

◇“쪼개기 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주주 가치 훼손”
기업들이 쪼개기 상장에 나서는 이유는 자회사 상장을 통해 신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상장 시 기존 주주들은 구주매출을 통해 보유 지분 만큼의 재원 확보가 가능한데, 최대주주가 모기업인 경우 IPO 공모 자금 대부분이 모회사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모회사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설법인에 대한 그룹차원의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자회사 실적이 모회사에 연결기준으로 잡히는 만큼 ‘손실’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 투자 매력이 감소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대표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될 경우 자회사에 직접 투자가 가능한 만큼 모회사 주가는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핵심 신사업을 떼어내 신규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장기 투자 매력은 크게 반감된다.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올해 3월 코스피에 상장했고 이후 임상 3상 진입 소식에 주가가 크게 뛰면서 모회사 시총을 뛰어넘었다. 만약 분사하지 않았다면 해당 수혜는 고스란히 SK케미칼 주주들의 몫이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싱가포르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에 보낸 주주제안서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8.3%를 오는 18일까지 매도하고 매각대금 4조2000억원으로 주주에게 특별배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분사로 인해 SK케미칼에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 만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차익실현으로 특별배당에 나서라는 주장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역시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양 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배터리(가칭) 등 신설법인을 세워 신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지만 실망한 개인 주주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최대주주인 모회사를 위한 쪼개기 상장이 소액주주에겐 치명타가 되는 셈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산업에 자회사들이 침투해 성장하고 있고 주식시장에도 개별 상장하고 있다”며 “자회사 상장이 이어질수록 모자 회사간 상장사 이중 카운팅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모회사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美·日 폐지 추세…ESG 트렌드 맞지 않아”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선 모회사와 자회사를 모두 상장시키는 일이 드물다. 일본 경제무역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전체 상장사 가운데 모자회사가 동시 상장한 비율은 일본(6.1%), 프랑스(2.2%), 독일(2.1%)로 나타났다. 미국(0.5%)과 영국(0%)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우려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를 상장폐지시키는 경우도 있다. 대표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최근 4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 NTT도코모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돌린 뒤 상장폐지시켰다. 앞서 히타치, 소니 등도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상장 폐지를 단행했다.

미국에서도 지주회사나 지배구조 상단의 모회사만 상장사로 두고 나머지 자회사들은 비상장사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구글 역시 지주사 알파벳이 상장한 뒤 자회사 지분 100%를 든 채 구글과 유튜브 등은 비상장사로 남아있다.

쪼개기 상장이 총수 일가의 승계 작업을 위한 밑작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주요 그룹들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간 물적분할을 단행했는데, 오너 일가가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세습·배당에 유리한 구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회사를 신규 상장할 경우 발생하는 공모 자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사 뒤 모자회사 동시 상장은 모회사 주주, 그중에서도 소액 주주 피해가 크지만 주주 가치 인식이 낮은 국내에선 관행처럼 발생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ESG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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