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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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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우리은행 등 가계부채 급증에 '대출 중단' 초강수
금융당국, 제2금융권까지 강제 관리···한도축소 움직임
기준금리 조정 시기도 빨라질 듯···이달 인상 가능성도
이자부담·대출절벽→소비위축→경기침체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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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시작된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으로 번진 ‘유동성 파티’는 끝이 나고 ‘대출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은행을 넘어 제2금융까지 확대되면서 대출 중단이 현실화 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오른 대출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가 소비 위축을 일으켜 경기 침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 줄줄이 대출 중단…2금융권에도 번져=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도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에 가계대출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2금융권에 대한 경고를 높이고 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거절된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주 금감원은 은행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하로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관리에 농협은행은 신규 담보대출을 오는 11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3분기 한도 소진으로 다음달까지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저축은행에는 21% 이내로 억제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출중단 불이 옮겨 붙은 곳은 제2금융권이다. 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의 칼날이 이곳으로 향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7월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7조4000억원이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1~7월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줄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조4000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 가운데 연간 목표치 5%를 넘어선 농협상호금융(지역농협)이 지난 20일 금융위에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제출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농·축협의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현재 60%인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규제지역 중심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은 5조6000억원 늘었는데 이 중 농협이 2조300억원을 차지한다.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은행들 줄줄이 금리 인상 나설 듯=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시중 금리 자체도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의 금리는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부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왔다. 초저금리가 주식과 가상화폐 등으로 투자 수요를 자극 하고 가계대출 증가와 유동성 확대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등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정상화’ 해야 한다는게 한국은행의 일관된 시그널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이후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금융안정으로 강조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대출 금리 상승도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출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취급 분 신용대출 금리 평균은 3.03~3.63% 수준으로 1년 전 2.34~2.78% 보다 하단은 0.69%포인트, 상단은 0.85%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변동으로 지난 18일부터 국내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2.48∼4.24%로 한달 전 2.34∼4.13%보다 상향 조정됐다.

◇가계 이자부담 어쩌나…연착륙 방안 고민해야=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갑작스럽게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고강도 대책이 이어지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 비용은 11조8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권의 신규대출 중단, 대출한도 축소, 금리인상 등이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면 기존 대출자는 물론 신규 대출자들의 빚 상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전면 중단과 전세대출 취급 중단 등으로 실수요자의 피해도 예상된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엔 대출이 막히면서 주택 구매 계획에 차질이 생기거나 전세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글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등 연착륙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계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경기 침체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의 대출 취급 중단 조치로 금융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가계부채 연착륙 도모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일반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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