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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농협 가계대출 관리 실패 원인 지목된 ‘집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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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금융위 ‘대출 총량 관리’ 주문에
11월말까지 일부 상품 운영 중단키로
높은 접근성과 낮은 대출금리가 원인
농협은행서도 ‘집단대출’ 유치에 집중
“관행 개선해 대출 절벽 사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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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범(汎)농협 금융사업’ 부문이 금융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목됐다.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의 심각성을 누차 경고했음에도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에 편승해 과도하게 욕심을 채운 탓이다.

일각에선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농협의 대출 총량 관리 실패가 당국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결국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이들의 영업 관행이 소비자 피해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농협 대출 시스템에 경고등 켠 당국=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당장 대출 조이기에 돌입한다. 대출 총량을 조율하라는 금융위원회의 주문에 따른 움직임이다.

먼저 농협은행은 이달 24일부터 11월말까지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다. 증액이나 재약정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부동산담보대출과 비주택 관련 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신규 전세대출도 멈춘다. 대신 집단대출(중도금·잔금 등)과 양도상품은 계속 취급하며, 23일까지 접수한 대출 건과 긴급 생계자금에 대해선 심사를 거쳐 대출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중앙회의 단위 조합도 마찬가지다. 신규 집단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동시에 현행 60%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40~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모집인 대출 역시 금지한다.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20일 금융위와의 면담에서 이 같은 대출 관리 계획을 보고한 뒤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 지침을 전달했다.

금융위가 농협을 따로 소환한 것은 이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앞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말 기준 135조3160억원으로 작년말보다 7.1%(8조983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이 정한 연간 증가율 목표(6%)를 불과 7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특히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KB국민은행(2.6%), 신한은행(2.2%), 우리은행(2.9%), 하나은행(4.4%) 등을 상회한다.

이렇다보니 전체 가계대출 채권 잔액 약 1660조원 가운데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농협은행이 120조원, 농협중앙회가 190조원 등 전체 가계대출의 약 20% 공급했다.

업계에선 영업에 제동을 건 당국과 이에 부응한 농협의 행보를 계기로 은행권 전반에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전국에 점포만 2000곳…금리도 저렴해=이처럼 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일차적으로 농협금융지주 소속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 단위 조합이 공존하는 특유의 사업구조에 기인한다. 많은 영업점과 소비자를 보유했으니 대출 취급 또한 타 은행보다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게 농협 내부의 인식이다.

실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지점과 사무소) 수는 964곳이었다. 국민은행(972개)보다 8곳 적지만 ▲신한은행(882개) ▲우리은행(821개) ▲하나은행(648개) 등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118곳의 단위 조합까지 포함시키면 전국 각지에 농협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금융점포는 2100곳에 육박한다. 그만큼 접근성이 높고 소비자에게도 친숙하다는 의미다.

농협 관계자는 “단위 조합과 은행을 모두 반영하면 사실상 농협의 영업 네트워크가 금융권에서 가장 넓다”면서 “230만 농업인을 위한 금융사를 표방하는 만큼 두터운 소비자층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7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의 평균금리는 연 2.93%였다.

이는 국민은행(2.65%), 신한은행(2.78%), 우리은행(2.86%)보다 높으나, 3%를 웃도는 광주은행(3.10%)이나 대구은행(3.11%), 부산은행(3.19%), 전북은행(3.37%)과 같은 지방은행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붙이면 농협은행에선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지방의 소비자는 접근이 편리하면서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농협을 찾게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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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부메랑으로 돌아온 집단대출=근본적인 문제는 농협이 이러한 우위를 앞세워 무리하게 영업을 펼친다는 데 있다.

사실 이번에 농협을 당국의 관리대상에 올린 결정적인 항목은 집단대출이었다. 아파트 분양 시즌과 맞물려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취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출 총량이 늘었고, 이를 우려한 당국도 경고장을 꺼내들었다는 전언이다. 단위 조합에서 다른 상품이 아닌 집단대출을 중단키로 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일례로 지방의 한 농협은행 지점은 올해만 3~4건의 집단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 지점은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인근 소도시를 찾아다니면서까지 집단대출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은행은 기피하는 집단대출 수요를 농협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집단대출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 등에게 필요한 상품이라 한 은행이 취급을 멈추면 그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익명의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집단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곳은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정도인데, 당국이 이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대출의 경우 중간에 모집인 수수료가 발생하는 탓에 마진이 크지 않아 다른 시중은행은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반면 농협은 소비자를 유치하면 다른 상품 거래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를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시장 점유율 확보 차원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부동산 실수요자가 많아 현실적으로 집단대출을 완전히 중단하긴 어렵다”면서 “이를 고려해 기취급분에 대해선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대출 중단’ 은행권 확산 시 소비자 피해 가중=다만 외부에서는 농협이 당국의 주문을 계기로 그간의 대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관리 실패로 당국이 규제를 더욱 강화하면 대출 중단 움직임이 모든 은행권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분양이나 전세 계약 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대출이나 연장이 어려워지고 상환을 앞당겨야 하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이미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농협은행에 이어 전세대출과 같은 일부 여신 상품 판매를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9월말까지 신규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고, SC제일은행도 18일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취급을 일부 중단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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