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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또 ‘고무줄 가격’ 논란···시장 교란 우려

오비맥주 또 ‘고무줄 가격’ 논란···시장 교란 우려

등록 2021.06.30 17:22

정혜인

  기자

카스 패키지 제품 출고가 한시적 인하 후 7월 원상복귀경쟁사 견제 및 시장 점유율 지키려 빈번히 가격 바꿔

사진=오비맥주 제공사진=오비맥주 제공

최근 맥주 성수기를 맞아 주요 제품의 가격을 변동한 오비맥주가 ‘고무줄 가격 정책’으로 또 도마에 올랐다. 2019년 주류가격신고제 도입으로 제조업체가 주류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는데 이후 오비맥주가 경쟁사와 달리 유독 자주 가격을 바꾼다는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주류가격신고제를 악용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출시했던 카스 ‘가성비팩’과 ‘실속팩’의 가격을 다음달 1일부터 인상한다. 카스 가성비팩은 박스당 2만6392원에서 2만9352원으로 2960원 오르며, 실속팩은 2만1952원에서 2만4419원으로 2467원 인상된다. 각각 11.2% 오른 수치다.

카스 가성비팩은 473㎖캔 8개 묶음 상품이며, 실속팩은 357㎖캔 8개 묶음 상품이다. 기존 355㎖, 500㎖ 캔 제품과 용량을 달리 하고 묶음으로 판매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주로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된다. 오비맥주는 이 제품의 4월 출시 이후 5월 중순부터 한 차례 출고가를 인하한 바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출시 이후 3개월 사이 두 번째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5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출고가를 한시적으로 할인했던 프로모션이 끝나 7월부터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가격 인상이 아니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이전에도 주요제품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했다가 다시 인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비맥주는 2019년 4월 카스 등 주요 맥주 제품의 평균 가격을 한 차례 인하했다가 4개월 여만인 8월 여름 성수기를 맞아 39일간 한시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국산 맥주 소비 촉진’ 차원이라는 것이 당시 회사 측 설명이었다. 이어 9월 다시 가격을 원상복귀 시켰다가 10월 출고가 인하를 결정했다. 6개월 사이에만 가격이 네 차례 변동된 것이다.

당시 주류업계에서는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의 판매 호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테라가 잘 팔리니 가격을 일시적으로 내려 점유율을 방어하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오비맥주가 최근 카스 실속팩과 가성비팩을 일시적으로 싸게 팔았다가 다시 가격을 원래대로 돌린 것도 2019년 테라를 견제하려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비맥주가 최근 주력 신제품인 ‘한맥’의 가격을 인하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 점유율 방어와 경쟁사 제품을 의식한 ‘고무줄 가격 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8일부터 ‘한맥’ 500㎖ 캔 제품의 출고가를 1691원에서 1515원으로 176원 인하했다. 인하폭은 10.4%다. 한맥은 지난 1월 오비맥주가 내놓은 신제품인데 이번 가격 인하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 출고가가 같아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하며 경쟁사에 비해 출고가를 낮게 책정했고, 올해 들어서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와 달리 주력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가 롯데칠성을 겨냥해 가격을 인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2019년 카스의 사례처럼 추후 한맥의 가격을 원상복귀 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빈번히 제품 가격을 바꾸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상 주류제품은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데 유독 오비맥주가 수개월마다 가격을 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주류가격명령제가 폐지되며 신고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주류업체들이 국세청 허가 없이 원할 때 출고가를 바꿀 수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오비맥주의 가격 정책이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우선 도매상들은 제조업체로부터 주류를 사들여 이를 유통하는데, 출고가가 자꾸 달라지면 재고 및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로 2019년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여러 차례 변동할 당시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가 ‘거래선의 혼선을 발생시킨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 도소매상들이 출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제품 유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예고가 있으면 주류 도매상들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 ‘사재기’를 한다”며 “반면 가격이 인하된다는 공지가 나오면 이미 사둔 재고들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 제품을 밀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음식점, 유통채널에서 구입하는 주류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도매를 통해 유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잦지 않은데, 이것이 빈번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잘못 인지할 우려가 있다”며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해도 소비자 판매가는 최종 유통채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실제로는 크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를 우롱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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