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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하만’ 인수, 뒷맛 개운찮은 이유

삼성의 ‘하만’ 인수, 뒷맛 개운찮은 이유

등록 2016.11.16 07:05

수정 2016.11.16 10:40

정백현

  기자

세계 스마트카 시장서 韓 영향력 증대거시적 관점서는 충분히 호평할 사안“국내 유망기업 죽일 수 있다” 비판도토종 경쟁력 키우려면 국내 투자해야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미래 유망 사업으로 낙점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대한 육성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하만’ 인수를 두고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80억달러(한화 약 9조3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무려 9조원 이상이 투입된 이번 M&A는 그동안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행한 M&A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사례로 기록됐다.

‘하만’은 자동차에 탑재되는 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물인터넷(IoT) 기반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한 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꽤 탄탄하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단번에 관련 업종에서 선두권 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의 이번 ‘하만’ 인수로 글로벌 스마트카 시장에서 우리 업체가 주도권을 잡게 될 확률은 매우 높아졌다. 현재 자동차 전장부품을 비롯해 스마트카 관련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각자 몰입하고 있는 분야는 다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입지가 공고화된다면 스마트카 산업을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이어 우리나라의 미래 유망 사업으로 적극 육성시켜 국가 전체의 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의 글로벌 광폭 M&A가 자칫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체의 거시적인 면에서는 이번 M&A를 호평할 수 있지만 미시적인 면에서 보면 칭찬만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진출 시나리오는 우리보다 먼저 이 사업에 진출한 구글이나 제너럴모터스(GM) 등과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르다.

구글과 GM은 자국의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해 이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자사가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카에 반영하는 형태로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성장과 시장 안착 속도가 더디다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자국 내 관련 기술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삼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 기성(旣成)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단시간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에게는 생존의 기반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 중 일부는 이번 삼성의 ‘하만’ 인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스마트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운영 중인 중소 벤처기업 대표 A씨는 “삼성전자가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 자본을 앞세워 M&A를 통해 사업을 키운다면 당장에 확장 효과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A씨는 “해외 기업은 대기업의 사업 확장보다 자국의 기술 발전을 우선시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면서 “산업 생태계의 심도(深度)를 강화하려면 국내 중소기업과 먼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가 내비친 걱정은 최근 발표된 국내 기업들의 투자금액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수치자료와도 연계된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15일 30대 그룹 257개 계열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유·무형자산 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총 45조3289억원이 집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투자액이 무려 2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가 줄면 고용 규모가 줄고 이는 곧 소비 시장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면서 “단기적 성과를 위한 M&A가 아닌 시장 전체의 장기적 육성으로 키울 수 있는 M&A가 이뤄져야 관련 시장이 오랫동안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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