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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R&D, 과감한 실행나서야

[창간기획]실효성 없는 R&D, 과감한 실행나서야

등록 2016.10.25 08:17

임주희

  기자

한국은 몇시인가: 4차 산업혁명시대 백년대계 선택기로-박제화된 기술개발국내 제조업 첫 마이너스 성장선진 기술 모방하는 전략 한계新시장 창출 선도자 거듭나야연구개발 뛰어넘는 실행력 필요

SK텔레콤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인 '누구(NUGU)를 출시했다. 인공지능 서비스인 누구는 가정내 기기 및 공동현관 카메라 등 공동 시설까지 연동만 하면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AI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SK텔레콤 제공SK텔레콤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인 '누구(NUGU)를 출시했다. 인공지능 서비스인 누구는 가정내 기기 및 공동현관 카메라 등 공동 시설까지 연동만 하면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AI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국내 주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개발(R&D)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랜 연구 기간에 비해 정작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기업 스스로도 보다 과감한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모방하는 ‘빠른 추격자(Fast-Follower)’ 전략을 통해 성장해왔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만큼 핵심 기술력에서는 뒤처졌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빠른추격자 전략은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의 ‘2014년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도(2.1%)에 비해 0.8%p 떨어진 1.3%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6%로 나타났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제조업 매출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빠른추격자 전략이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을 모방하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숙명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화를 토대로 대량생산하는 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때문에 빠른추격자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실패를 하더라도 과감한 실행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 변모해야 한다.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요구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인간을 상대로 승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감탄을 넘어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지난 7월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밖에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으로 대표되는 무인운송수단, 물리학 기술과 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비트코인 등 디지털 기술 등이 있다. 또한 IT기술과 생물학 기술 등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동북아에서 한중일 3국의 순위변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산업혁명 혹은 장기파동이 시작되는 핵심적인 조건은 기술혁명의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세계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더 크다”며 “경제의 역동성이 위축된 가운데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기술혁명을 선도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재도약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ICT 기술력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먼저 사업화를 추진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일부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추진된 사례는 아직까지는 드물어 아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에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 올해 6월 ‘스마트싱스’와 ‘조이언트’, 10월 초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기술을 획득해 나가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선점에 집중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 역시 자율주행기술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r />
, 사진=현대모비스 제공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선점에 집중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 역시 자율주행기술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정책만 뒷받침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도자의 지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LG그룹은 LG화학이 인수한 팜한농과 인수합병 예정인 LG생명과학을 통해 첨단 바이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국내 최초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인 ‘누구(NUGU)’를 출시했다. KT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는 인프라로 ‘기가 인터넷’을 구축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전경련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이 제조업이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마이너스로 접어든 국내 제조업 매출액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충분한 연구개발을 진행한 만큼 보다 과감한 사업 추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제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과거 추격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정보화 혁명을 통해 선도자가 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간의 연구개발을 토대로 과감하게 사업에 나선다면 또 한번 선도자로서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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