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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인터뷰]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등록 2016.05.25 13:32

이소희

  기자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화려한 속눈썹을 떼고 진한 립스틱을 지운 산뜻한 민낯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 어떤 수식어도 붙여지지 않은 제시카는 이제서야 한시름,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했다.

최근 제시카는 10년간 몸 담아왔던 최고의 가요 기획사와 톱 걸그룹을 떠나게 됐다. 그가 속해있는 곳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던 만큼, 제시카의 소속사 이적과 팀 탈퇴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 1년 8개월, 제시카는 남자친구 타일러권이 운영하는 코리델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고 활발한 중국활동과 사업을 이어갔다. 그동안 새 앨범을 준비하며 가수로서의 끈도 놓지 않았다.

제시카는 지난 17일 새 미니앨범 ‘위드 러브, 제이(With love, J)’를 발매했다. 폭풍 같은 변화가 휘몰아친 후 처음 발매하는 앨범인 만큼, 팬들은 아낌 없는 사랑을 보내며 그를 응원했다. 앨범은 지금껏 보아왔던 제시카와 다른 모습을 담고 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편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코리델엔터테인먼트에서 제시카를 만났다. 마주한 그의 모습도 ‘위드 러브, 제이’의 느낌 그대로였다. 계속된 인터뷰에 약간은 지쳐 보였지만 여전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자를 반겼다.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차갑게만 느껴졌던 제시카는 짓궂은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는 거에요”라며 귀엽게 속삭이기도 했다. 이제서야 보였다. 제시카를 둘러싼 두꺼운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진 그 내면이.

◆ 소중한 첫 앨범 ‘위드 러브, 제이’

“솔로앨범 들고 처음으로 찾아 뵀는데 설레고 간지러운 느낌이에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1년 가까이 준비했어요. 그런 만큼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시카는 아직은 솔로로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이내 조곤조곤 차분히 앨범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음악방송을 안 해요. 대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팬미팅 같은 걸 계획하고 있어요. 서운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무대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실제로 제시카는 최근 네이버 V앱을 통해 신곡 무대를 공개하는 등 팬들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컴백 전에도 팬들이 마련해준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등 끈끈한 의리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보답하듯 ‘위드 러브, 제이’에는 그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다. 제시카는 타이틀곡 ‘플라이(Fly)’ 작사 작곡은 물론, 앨범 전체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등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룹으로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첫 기회이기도 했다.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함께 프로듀싱에 참여한 케이맥 등은 친분이 원래 있던 분들이에요. 같이 작업하고 싶어서 지난해 미국에서 만났죠. 외국 프로듀서고 하니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는데, 작업해보니 편안한 아저씨 스타일이었어요. 저한테서 좋은 것만 끄집어내려고 하셨고요. 그렇게 처음 작업한 곡이 ‘플라이’에요.”

대형 기획사에 있었던 만큼 외국 뮤지션과도 호흡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제시카는 자신도 프로듀싱에 참여해서 그런지 새로운 경험을 말하듯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제시카는 “미국 스타일이 그렇더라. 아티스트를 너무 존중해준다. 나도 그렇게 오랜 시간 녹음실에 있어본 적이 없다. 며칠간 밤 새면서 작업을 했다”고 그런 자신도 놀라운 듯 말했다.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뮤직비디오 장소도 감독님과 상의해서 직접 정했어요. 사막이 신선하게 다가갈 것 같았거든요. LA에서 세시간 반정도 가야 하는 사막에 아무 것도 없는 그런. 그렇게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곳이었어요.”

‘플라이’ 뮤직비디오는 LA에서도 먼 거리에 위치한 한 사막에서 촬영됐다. 영상은 감각적인 색감과 의상 등과 더불어 웅장한 자연, 내추럴한 분위기 등이 돋보인다. 그러다 보니 제시카의 음색은 더욱 도드라지고 멜로디에 집중을 하게 된다.

◆ 풀 세팅된 인형 아닌 오롯한 제시카

“사람들이 가수로서 제시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팀은 자기 개성을 내세우기보다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제 목소리와 음악을 더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런 소리로 이런 노래를 하는 가수라고요.”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제시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오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걸 음악으로도 표현하고 싶었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앨범 재킷도 자유분방한 모습이잖아요. 예전에는 항상 사진 속 제 모습은 풀 세팅 돼서 인형 같은 모습으로 보여졌는데, 지금은 여기 보면 얼굴이 제대로 나온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웃음) 그냥 제 모습을 이틀에 걸쳐 활보하면서 찍었어요.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렇다고 기존의 제시카 색깔을 버린 것은 아니다. 제시카는 “지금은 약간 힘을 뺀 느낌이다. 공주 같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여자는 러블리한 면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에서 보여질 수 있는 ‘여자여자한’ 모습에서 좀 힘을 빼면 멋스러울 것 같았다. 과하지 않은 느낌이다”라고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 모습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보여줄 제시카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솔로로 나섰기에 이런 것들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기도 하다.

◆ 홀로서기, 1년 8개월간 배운 것

“지난해 8월, 회사와 계약만료가 돼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그 시기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모든 것을 흡수하는 단계 같았어요. 예전에는 모든 것을 차단해주고 걸러주는 회사가 있었는데, 지금 회사도 물론 그렇게 해주지만 그때에 비하면 제가 몰랐던 게 너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음악 작업도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되고,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강산이 변하는 긴 기간 동안 대형 기획사와 함께해온 것과 홀로서기를 해 헤쳐나가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제시카는 당연하게 여겼던 익숙함을 벗고 낯설고 힘들 수도 있는 새 옷을 입어야 했다.

“항상 보호를 받다 보니 인간관계나 인맥이 좁아질 수도 있는데 그걸 인지를 못하고 살았어요. 그런 것들이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음악적으로 같이한 적도, 작사 작곡도 참여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음악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구나’ 느꼈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시간 투자를 많이 안 하고 노래 받고 녹음실 가서 녹음하면 끝이었거든요.

제시카를 대표하는 수식어였던 ‘얼음공주’에 대한 생각 또한 이러한 변화를 대변한다.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졌던 말인데, 지금 그에게는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보다 편안한 매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음공주라는 게 다른 사람한테는 잘 안 붙여지는 수식어잖아요? 예전에는 말을 많이 안 해도 됐고, 다른 말 잘하는 친구들도 있으니 대중과 제가 대화할 기회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실제 모습이 팬들한테는 익숙한 모습일 텐데, 대중들이 보기에는 새로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대중들은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지, 만들어낸 이미지는 알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 푸른 제시카 마음에 뜬 은하수

제시카는 단단해졌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분명 그 과정은 혼란스럽고 힘들기도 했다. 제시카는 독립을 하고 난 당시에 대해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돼?’ 그랬다. 당황스러웠다. 겁나고 무서웠다. 그런데 모두들 용기를 주고 편안하게 해줬다. 이제는 무슨 결정을 내려도 불편함이 없어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제시카의 1년 8개월, 소중한 터닝포인트 기사의 사진

오죽하면 자신의 아이가 아이돌을 한다면 반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국내를 대표하는 걸그룹으로서 모든 빛을 누린 제시카였지만, 홀로 선 지금까지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무거운 발자국들이 함께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팀을 나오고 나서 몇 개월 동안은 좀 힘들었어요. 이후 제 생일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거기서 용기를 얻었어요.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고 이렇게 다 힘들었구나’ 싶었고, 그 때 ‘앨범 작업을 해야 하나’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어요.”

제시카는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이유로 팬들을 꼽았다. 보통 아이돌은 열애설만 나도 일명 ‘탈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시카는 팬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며 같이 힘들어 한 게 느껴졌단다. 이에 보답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뭘까 싶었고, 그건 결국 음악이었다.

“그 생일파티 당시 영감을 받아 쓴 곡이 수록곡 ‘골든 스카이(Golden Sky)’에요. 까만 밤 하늘이제 마음이고, 별들이 뜨고 밝혀져서 길이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때 팬들이 금색 응원봉을 들고 있었거든요.”

“지금 제 마음의 색은 어떠냐고요? 앨범 재킷처럼 하늘색이요. (웃음) 지금은 많이 환해졌어요. 전 힘든 내색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닌 편이에요. 그저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 끝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사진=코리델엔터테인먼트]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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