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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끼 넘치는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 어떤가 봤더니··· ‘축제’ 그 자체

흥·끼 넘치는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 어떤가 봤더니··· ‘축제’ 그 자체

등록 2015.11.01 12:10

홍미경

  기자

KBS ‘전국노래자랑’ 예심에선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1차 예심 현장이 공개됐다. / 사진제공=KBSKBS ‘전국노래자랑’ 예심에선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1차 예심 현장이 공개됐다. / 사진제공=KBS


오프닝 곡만 들어도 뭔지 척 아는 프로그램이 있다.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이자 국내 TV 프로그램 가운데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전국노래자랑’이 주인공.

1980년 11월에 시작됐으니 다음 달이면 만 35년을 채운다. 프로그램도 워낙 흥겹지만, 본방보다 지역별 예심 현장이 재미있기론 더 하다는 입소문이 떠돈지 이미 오래다.

과연 ‘전국노래자랑’ 예심에선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1차 예심 현장이 공개됐다.

지난 10월 15일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화성시 유앤아이센터는 아침부터 떠들썩하다. ‘전국노래자랑’ 예심을 앞두고 아침부터 현장은 축제 분위기이다.

예심에 참가한 사람은 현장 접수 인원을 포함해서 모두 200여 명. ‘전국노래자랑’ 이 재밌기는 하지만, 중장년층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5살 어린이부터 단체로 교복을 맞춰 입고 춤을 추는 고등학생들,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먼 길 마다않고 찾아온 대학생들까지 있다.

물론 대다수는 중장년층이다. 나이와 성별은 다르지만, 얼굴 가득한 설렘과 기분 좋은 흥분감을 함께 공유하는, 이 현장은 말 그대로 축제다.

사진제공= KBS사진제공= KBS


1차 예심은 무반주로 노래를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떨리는데, 반주까지 없으니 본인이 부를 노래를 깜박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럴 때는 가차 없이 본심의 ‘땡’에 해당하는 “수고하셨습니다”를 들어야만 한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홍진영의 ‘산다는 건’을 멋들어지게 불러 감탄을 자아낸 형미현씨(20세)는 할머니를 위해 오늘 이 무대에 섰다고 했다.

할머니께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선 손녀의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 예심을 통과해 할머니가 좋아하시겠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은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며 간드러지게 노래를 할 때와는 또 다르게 앳된 모습이다.

한국어 교실 선생님의 권유로 참가했다는 김수엔씨는 노란 베트남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왔다. 한껏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는 ‘탈락’ 공부하느라 노래 연습을 많이 못했다며 아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본인이 섰던 무대를 한참 바라보며 다른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에게 이 무대는 ‘경연’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이 특별한 무대의 중심에는 27년간 전국노래자랑의 놀이판을 짜는 정한욱 작가가 있다. 수많은 사람의 노래를 듣는 게 힘들고 지칠 법도 하지만 정한욱 작가와 채형석 PD는 진지하게 무대를 끝까지 지켜본다.

‘노래 좀 한다’는 소리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지만, 노래보다는 그 이상의 재미를 보여줘야 하는 TV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무대에는 가차 없이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친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도 던지고, 끼를 표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며 배려를 하는 까닭에 참가자들은 ‘수고하셨습니다’를 들어도 웃으며 무대를 내려간다. 탈락이 슬프지만은 않은 전국노래자랑이다.

노래를 정말 사랑하는데, 사는 게 바빠서 퇴직 후에나 시도하게 됐다는 한 참가자도 있었다. 이제는 남는 게 시간이니, 본선 무대에 진출할 때까지 계속 도전해보겠다는 그의 얼굴에는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노래 선수들의 경연이 아닌,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만한 무대. 그 ‘소박함 속의 행복’이 1800회를 바라보는 ‘전국노래자랑’ 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또한 매회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날마다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아닐까. 무대에 서는 사람도, 응원하는 사람도 함께 즐거운 축제, ‘전국노래자랑’ 이 있어서 대한민국은 힘이 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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