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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우리는 빼달라”···복잡해지는 김영란법

너도 나도 “우리는 빼달라”···복잡해지는 김영란법

등록 2015.08.11 17:32

이창희

  기자

농축수산업·외식업·화훼업계 줄줄이 ‘볼멘소리’예외 지정·가액 인상 요구···“심각한 피해 예상”與野, 시행령 수정 검토···“제정 취지 무색” 지적도

공직자들의 금품 및 향응 수수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흔들리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각계의 민원과 압력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농축수산업계 “다 죽으란 소리냐”···외식업·화훼업계 “우리도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 농축산업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의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농축산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여러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상은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수산 업계의 성토장이 됐다.

이들은 한우나 굴비 등 명절에 선물로 활용되는 품목들이 대부분 1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되는 만큼 김영란법의 허용 대상 선물 가액이 5만원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농축산물 선물 수요가 줄어 농축산업 경영체의 경영 악화와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생산량의 40%가 추석과 설 명절 선물로 소비되는 국내 농축산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국내 농축산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볼멘소리’는 비단 농축수산업계 뿐만이 아니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선물가액을 정하면 유통업·관광업·제조업·외식업·농축수산업 등 전 산업 침체의 강력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론몰이식으로 만들어진 법처럼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경조사에 쓰이는 꽃을 생산하는 화훼업계도 울상이다. 한국화훼협회 관계자는 “승진 축하 난의 가격만 해도 기본 7만원 이상“이라며 “5만원으로 가액을 정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원은 지난 5월 직무와 관련한 선물 등의 예외 대상 가액 범위를 음식물과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시한 바 있다.

◇총선 앞둔 정치권, ‘표심 잃을라’ 발빠른 대응
이처럼 농축수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속히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명절 선물에서 농·축·수산물이 제외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수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가뜩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상당히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란법이 좋은 법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농축수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여야가 잘 상의해 보겠다”고 말해 시행령 수정을 시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농어업 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고있는 신정훈 의원은 11일 “김영란법에 의한 처벌 기준이 5만원 이상이 되면 농축산물의 선물 수요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농축산물 예외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총선이 8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농축수산업계의 요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거면 뭐하러 만들었나”···회의론 대두
하지만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각계의 이 같은 민원을 모두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여야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가액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논의할 수 있지만 특정 품목을 예외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치권이 애초부터 법을 온전히 마련하지 못한 채 혁신을 구실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한 전직 의원은 “여론이 두려워 허겁지겁 처리해 놓고 이제와서 땜질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앞으로 다른 업계에서도 예외 요구가 빗발칠 것이 자명한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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