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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만든 과학재단 카오스 무료 강의 들어보니···

[르포]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만든 과학재단 카오스 무료 강의 들어보니···

등록 2015.05.07 17:52

정혜인

  기자

학술적 내용도 알기 쉽게 설명강사도 청중도 집중···열기 뜨거워

사진=인터파크 제공사진=인터파크 제공



6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베어홀에는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중고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재단법인 카오스가 주최하는 무료 ‘수학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카오스(K.A.O.S.)는 ‘Knowledge Awake On Stage’의 준말로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을 의미하는 말로 재단은 ‘과학·지식·나눔’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과학과 수학 지식을 강연, 콘서트, 출판 등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기초과학 발전 위해 사재 출연해 설립한 민간 과학재단이다. 대중에게 기초 과학과 수학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타 부문의 학문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강연은 카오스 재단이 주최하는 2015 상반기 카오스강연 ‘기원(The Origin)’의 여섯 번째 강연으로 ‘문명과 수학의 기원’을 주제로 펼쳐졌다. 일반적으로 과학과 수학은 딱딱하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데다가 일상 생활에서 관련 강의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 때문에 수학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남녀노소가 모여 있는 강의실의 모습은 다소 낯설게도 느껴졌다.

7시가 조금 넘자 진행을 맡은 방송인 유정아가 무대에 등장해 이날 강연자인 박형주 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교수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오클랜드대학교 수학과 교수,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와 대한수학회 국제 이사를 지낸 인물로 지난해에는 세계수학자대회를 서울에 유치시키고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여러 강연과 방송을 통해 이미 대중과 익히 소통하고 있는 석학이지만 직접 그의 강의를 듣는 기분은 색달랐다.

강의는 바빌로니아적 수학과 그리스적 수학을 비교하면서 수학의 발전 역사를 크게 물리적 우주와 수학적 우주로 분류해 진행됐다. 물리적 우주는 실용과 응용으로 대표되는 수학이며 수학적 우주는 보다 추상적이고 언어적인 측면의 수학을 뜻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들 두 가지 우주는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반합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 보완, 교류하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해왔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유럽, 힌두-아랍 등에서 발전한 수학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이후 수학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추상적이고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역사적 기원과 에피소드, 배경과 맥락을 소개하면서 흥미를 유발했다.

음악이 처음에는 수학의 일부였다는 이야기, 알렉산드리아 시대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5차 방정식의 일반근’이라는 난제를 2000여년만에 풀어낸 수학자 갈로와의 이야기 등은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수학이 책상 위의 학문이 아니라 픽사의 애니메이션, 오스카의 수상자 예측 등에 실용적으로 사용된다는 예시가 곁들여지자 그 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를 듣다 보니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에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고계원 서울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와 성기원 서울대학교 화학부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한 대담이 끝나자마자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으며 그 질문 수준도 상당히 높아 성인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한 중학생은 난제를 해결하면서 수학적 우주가 발전한다는 박 교수의 설명에 대해 “언젠가는 난제가 모두 해결되고 새로운 난제도 나오지 않아 수학적 발전에 끝이 오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내놨다. 한 고등학생은 “역사적으로 이집트, 그리스, 아랍 등 당시 ‘강대국’에서 수학이 발달했는데, 수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강대국이 된 것인지, 강대국이기에 수학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은 “일반 물리, 일반 화학이라는 말은 있는데 왜 일반 수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패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을 두고 있다는 한 중년 남성 청중의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카오스 강연의 의도를 전달하기에 좋은 내용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 수학 교육은 그것이 탄생한 배경과 맥락,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빼놓고 오로지 방법과 결과만을 가르친다”며 “수학이 진화한 역사적인 배경을 알려준다면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카오스 강연은 특히 청중의 활발한 참여도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강연은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서도 질의를 받고 있어 대중이 접근하기 쉽게 했다.

카오스 관계자는 “강연장에 매주 찾아오는 청중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며 “보다 많은 청중들이 현장이나 네이버 중계를 통해 강연을 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카오스의 2015년 상반기 강연인 ‘기원’은 3월 25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씩 10주 동안 서울 삼성동 베어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현생 인류와 한민족의 기원’을 주제로 이홍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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