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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차이나, 쇼크코리아⑥조선업, 3대 지표 모두 中에 밀려···‘위상 흔들’

[파워차이나, 쇼크코리아⑥조선업, 3대 지표 모두 中에 밀려···‘위상 흔들’

등록 2014.09.17 07:30

강길홍

  기자

‘국수국조’ 정책따라 정부 전폭 지원2010년 이후 급성장···양적으론 경쟁 안돼고부가가치 선박 강화 기술력으로 눌러야

세계 1위를 자랑했던 한국의 대표 산업인 조선업이 중국의 추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조선업 수주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최근 미국 IH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 상반기 1963만GT(총톤수), 586척을 수주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것이다. 일본도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1188만GT(365척)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7% 감소한 1433만GT, 203척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점유율로 따지면 중국 40%, 한국 29%, 일본 24% 순이다.

[파워차이나, 쇼크코리아⑥조선업, 3대 지표 모두 中에 밀려···‘위상 흔들’ 기사의 사진


조선소의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뒤처졌다. 6월말 기준 중국의 수주잔량은 8149만GT(2457척)로 한국(6386만GT·940척)과 일본(3240만GT·968척)을 크게 앞서고 있다.

수정환산톤수(CGT)를 기준으로 분석한 영국의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 3월부터 수주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909만CGT(481척)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시장점유율도 전년 동기의 39.9%에서 44.4%로 올랐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상반기에 555만CGT(164척)를 수주해 작년 787만CGT(230척) 대비 29.5%나 급감했다. 이로 인해 점유율도 31.8%에서 27.1%로 감소했다. 일본은 상반기에 345만CGT(177척)를 수주해 19.0%에서 16.8%로 줄었다.

중국 조선업은 2010년을 전후해 한국을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연속해서 선박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수주량 35.0%, 건조량 30.7%, 수주잔량 33.5%였다. 한국은 수주량 30.8%, 건조량 29.7%, 수주잔량 27.9%로 모두 중국에 밀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선박 건조능력은 약 2140만CGT로 전세계 건조능력의 39.4%를 차지해 한국(29.5%)을 10%p가량 앞서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급성장은 정부의 지원과 자국 내 발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노후 선박 교체 지원,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대형 조선사의 소형사 인수, 수출용 선박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펴면서 자국 조선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조선업의 내수 규모는 2000년 214억위안에서 2012년 5342억 위안으로 25배가량 커졌다. 또한 최근에는 노후 선박의 대대적 교체도 진행되면서 발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2013년 중국의 신규 발주액은 119억달러로 그리스(127억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중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추선 건조 등 해양플랜트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5월말 기준 해양플랜트 수주 잔액은 한국이 587억달러로 중국(498억달러)보다 많지만 2013년 신규 수주 실적만 따지면 중국(245억달러)이 한국(188억달러)을 앞서고 있다. 올 1분기 수주 실적도 중국(56억달러)이 한국(42억달러)을 앞섰다.

중국 조선업의 승승장구는 한국 조업 업계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세계 1위 조선사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중국 조선에 밀려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에선 최대 수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올 1분기 영업손실 1889억원과 비교해도 적자폭이 대폭 확대됐다.

현대중공업 실적의 곤두박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선 발주량 감소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무리하게 적자 수주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이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 골리앗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는 2010년 계약 당시 생산 비용을 12억달러(약 1조2300억원)로 계산했지만 최근 들어 비용 추정치가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이미 양적으로 중국을 상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는 규모별 상위 160개 주요 조선소 리스트에 우리나라는 기업은 14개가 올라와 있다. 반면 중국 조선소는 73개다. 이 같은 숫자도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는 1000~2000개의 조선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양적으로는 한국이 중국을 당해낼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고부가기치선박을 강화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다양한 ‘세계 최초·최대’ 특수선을 건조하면서 경험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착실히 기술력을 쌓아나가다 보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 고부가 선박으로 위기 뚫자 =중국의 거센 도전으로 위기감이 돌고 있는 국내 조선업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선박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조선업은 양적으로는 이미 한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중국 조선소의 개별 기술력은 국내 조선3사를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앞선 기술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선박을 적극적으로 수주하는 것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업계 건조량은 지난 20년간 약 8배 증가했다. 1990년대 초반 1900만DWT(재화중량톤수)에서 2011년 1억6600만DWT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이다.

클락슨 리서치가 시기별로 선종별 신조선 투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조선업 붐이 일기 전 단계인 1996~2002년 시기에는 전체 투자의 50%가 벌커와 특수선 분야였고 42%는 탱커와 컨테이너선, 나머지 7% 정도는 가스선이 차지했다. 호황기였던 2003~2008년 기간에도 벌커·특수선이 53%, 탱커·컨테이너선 41%, 가스선 6%의 비중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벌커와 특수선의 신조선 투자 비중은 무려 69%까지 상승했고 가스선 부문도 9%로 상승한 반면 탱커와 컨테이너선 비중은 22%로 떨어졌다.

특히 특수선은 2009년 이후 전체 신조선 투자의 44%를 차지하면서 조선업의 호황기인 2003~2008년 기간보다 비중이 크게 올랐다. 해양 자원개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해양 관련 특수선 발주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해양 부문 신조선 투자액은 2008년 340억달러에서 2012년 470억달러로 늘었다.

따라서 한국 조선업은 중국이 주력으로 하는 벌커 대신 특수선 비중을 높여 고부가가치선박의 경쟁력을 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깊을수록 더 좋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 조선 3사가 심해 시추선을 통해 중국을 따돌리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추선은 LNG선, 1만TEU 초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십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박으로 분류된다.

중국 조선업은 인건비가 싼 점을 내세워 저가 공세를 펴고 있으나 품질과 효율성, 인도 기일 준수 등 측면에서 아직 뒤처져 있으며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선박을 수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범용선박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실시됨에 따라 신조선 선박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존 선박 대비 10% 수준으로 낮추야 한다. 따라서 한국 조선업계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추는 친환경선박을 범용선에서 구현하는 기술력을 강화한다면 부가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최고·최대’의 특수선을 수주하면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세계 최초 특수선들은 선주사들도 처음 발주하는 것이고 조선사도 처음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2분기 ‘어닝쇼크’도 이 같은 시행착오에서 비롯됐다.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특수선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이 현재 치르는 수업료를 통해 기술력을 쌓다보면 중국 업체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은 “불황기 이후 선주들의 다음 발주 선박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조선소들이 유연하게 전략 선종을 수정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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