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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두산건설 매각 멈춰선 이유 3가지

부동산 건설사

두산건설 매각 멈춰선 이유 3가지

등록 2021.06.01 11:33

김소윤

  기자

①인프라코어 매각으로 3조 자구안 마지막퍼즐 채워②오너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건설 애착 영향도 ③자산가치 하락, 2년 간 2조3천억대→1조5504억원

두산건설 매각 멈춰선 이유 3가지 기사의 사진

“작년 6월 대우산업개발 이후로 (두산건설을 사겠다고 하는) 인수자가 전혀 나타나질 않고 있어요.” <두산건설 관계자>

두산중공업 위기의 ‘진앙지’였던 두산건설의 매각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올 들어 매각 협상과 관련해서 이렇다 할 소식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한 마디로 ‘깜깜 무소식’인 셈이다. 앞서 작년같은 경우에는 두산그룹이 대우산업개발을 두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끝내 인수가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매각 자체가 사실상 멈춘 것 아니냐며 조심스러운 전망도 흘러나온다. 두산그룹 내에서 두산건설 매각 자체를 ‘올 스탑’ 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입찰로 두산그룹의 3조 자구안의 ‘마지막 퍼즐’은 이미 채워진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두산건설의 경우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가 애착을 갖는 계열사다보니 냉정하게 칼을 대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은 이미 매각 전부터 나왔다.

두산건설 매각 얘기가 본격 나왔던 당시의 건설·부동산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건설사 주력 사업인 주택업이 위축됐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인프라 투자도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간만에 기지개를 피는데다 두산건설 자체 건축·토목사업 또한 순항하는 모습이다. 즉 주택경기 활성화 등 전반적인 건설업 호재를 앞두고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험난했던 10년, 최근에는 모회사 중공업과 재무구조에 ‘청신호’ = 두산건설의 악몽은 2009년 일산의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인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했고 2011년부터 9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수년간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두산건설에 지원했지만 고질적인 자금난이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19년 12월엔 두산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100%)하기로 했고 작년 3월 완료했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8년 552%에서 2019년말 기준 311%로 개선됐지만 작년 9월 말 기준 355%로 늘어났다. 여전히 부채가 높은 수준이다.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이미 두산그룹이 지금까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만 총 3조6000억원이었다.

결국 작년 박정원 회장은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3조 자구안’이다. 현재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인프라코어를 마지막으로 자산 매각을 통한 3조 자구안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모습이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두산인프라코어(8천억 이상), 두산솔루스(7천억), (주)두산 모트롤BG(4530억), 두산타워(8천억), 두산중공업 클럽모우CC(1850억) 등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금액만 3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남은 건 두산건설 정도로 여겨지지만 가장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이 차질 없이 잘 들어온다면 굳이 팔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재계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두산건설의 재무 상황에 청신호마저 켜졌다. 지난 2010년 약 2조4000억원이었던 총 차입금이 2020년 말 기준으로 25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30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0년새 차입금이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그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갈 길 멀지만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의 건전성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 앞으로는 정비사업이 여느 때보다 호황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건설업의 호재를 앞두고 쉽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 그래도 두산건설은 최근 들어 건축뿐만 아니라 토목 사업에도 순항하고 있다. 올해 두산건설의 건축사업부문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약 1만1000가구를 공급할 것을 보인다. 토목사업부문 또한 올 1분기 공공시장 수주 규모면으로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의 ‘고속도로 제50호 영동선 안산~북수원간 확장 공사 제1공구(1098억원)’을 비롯해 ‘평택지역전기공급시설전력구공사’와 ‘국가지원지방도 60호선’ 등 수주하며 1분기 수주 1560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팔지 못하는 이유는 떨어진 몸 값 때문?···“희망자 없어 사실상 접었다는 말도” = 다만 두산건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쉽게 매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외부적인 시선에서 본다면 △자구안 마무리 △오너가의 애착이 담긴 계열사 △정비사업 기지개 등 나름대로 긍정적인 요소들 덕분에(?) “딱히 매각할 이유가 없다”라는 늬앙스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금만 파헤쳐 본다면 매각작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몸 값’이라고 불리는 자산가치가 1년 새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작년 두산중공업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두산건설의 자산은 2조195억원, 부채는 1조6132억원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자본)은 4063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가치는 더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두산건설의 자산은 1조5504억원, 부채는 1조2538억원, 순자산은 29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 값이 줄게 된 이유는 7391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됐기 때문인데,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손상차손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두산건설에 대한 가치는 이보다 더 가혹하다. 작년 두산건설 순자산이 4063억원일 때 평가금액은 겨우 2000억원 수준이었다. 작년 6월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인수 시도했을 때 2000억원대로 협상하려했지만 두산그룹은 3000억원대를 원했다. 결국 양측 간의 가격 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거래는 불발됐다.

문제는 올해 순자산 가치는 이보다 1097억원 더 떨어진 2966억원인데 시장 평가는 2000억원 미만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는 두산그룹 입장으로서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업계에서는 그룹에서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희망자가 없어 접었다는 설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당초 채권단도 매각여부가 불확실하고 실효성도 크지 않은 두산건설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도 그럴것이 2011년 이후 10년째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는 두산건설을 제값을 주고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두산건설이 제값을 받기 위한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두산건설도 이미 의식했는지 작년에 잠재 부실 자산 등을 떼어내 신설법인인 ‘밸류그로스’에 이전하는 물적분할을 작업했다. 올 들어 두산건설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 ‘밸류그로스’를 캠코에 매각하려 했으나 잘 진행이 되지 않은 듯 하다. 사실상 불발됐다는 후문도 나온다. 캠코에 매각된 두산건설의 부실자산은 작년 12월 창원1공장 한 곳뿐이다. 이 역시도 앞서 지난 2017년 두산건설 창원1공장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밸류웍스’ 통해 캠코에 매각됐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현재 캠코에 자산매각 추진 현황은 없다. 이뤄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두산그룹 매각 작업이 이미 다 완료됐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은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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