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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두산건설 아픈 손가락 ‘일산 두산위브’ 인기매물 탈바꿈 왜

부동산 건설사

[Why]두산건설 아픈 손가락 ‘일산 두산위브’ 인기매물 탈바꿈 왜

등록 2021.05.26 18:10

수정 2021.05.26 22:43

김소윤

  기자

10년 미분양으로 매년 막대한 적자, 결국 상폐까지당초 평당 1690만원, 금융위기 사태에 고분양 논란대형 평수로 설계한 가격 부담감이 미분양사태 초래결국 미분양 매물 페이백으로 팔아 현금 유동성 지원세입자가 많이 살아, 종부세 이슈로 경매·급매 속출 부동산 가격 뛰는데다 GTX 등 교통호재로 관심도 늘어

두산건설 아픈 손가락 ‘일산 두산위브’ 인기매물 탈바꿈 왜 기사의 사진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두산건설을 상장 폐지에 이르게까지 만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일산 제니스). 이 아파트는 미분양 문제가 10년씩이나 지속되자 시공사 두산건설에 조 단위 손실을 입혀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단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산 제니스가 매매와 경매 등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서 화제다. 유명 부동산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트에서는 검색어가 나흘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물이 속출함과 동시에 관심있는 매수자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트에서 실시간 방문자 분석을 조회해본 결과 일산 제니스 검색 건수가 23일부터 26일 이날까지 나흘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3일에는 4558명이 해당 아파트 매물을 조회했다. 현재 일산 제니스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해 있는데 이 역시도 50.2%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그 외 일산동은 5.4%, 인근의 파주 목동동은 2.5% 순으로 나타났다.

매매뿐만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인기다.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에 경매된 일산 제니스는 7억8320만원(전용 121㎡)에 낙찰됐다. 당초 감정가 5억7470만원보다 36% 높은 금액이었는데 시세보다 높게 낙찰된 이 물건에는 24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여기에 올 들어서만 90채가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9년 분양한 탄현두산위브더제니스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즉 ‘일산의 타워팰리스’를 표방하며 최고 59층 8개동 2700가구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평균 1690만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서브프라임)가 터지자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게 된다. 2009년 직전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브프라임 기점으로 횡보하다가 차츰 내리막을 걷는 시기였는데, 그런 시기에 1700만원에 가까운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것은 고분양가나 다름없었다. 즉 대형 평수 위주로 설계한 가격 부담으로 대형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게 만든 것이다.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일산 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자 결국 두산 그룹 전체까지 위기에 빠뜨리게 된다. 두산건설에 갈수록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부딪혔고 이를 시작으로 두산건설은 2014년 이래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실제 두산건설은 당시 시행사 비리와 부도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두산건설의 일산 제니스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뤄졌고, 대규모 미분양이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위기가 심화했다. 결국 두산건설은 2018년 미분양 대형 평수를 할인 분양하며 1646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장기간 침체를 겪은 두산건설은 감자→유상증자→상장폐지를 차례대로 겪으며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결국 두산그룹 전체를 뒤흔들게 만드는 암초가 되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되도록 끝내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자 회사 측은 입주자를 모으기 위해 '신나는 전세'란 이름을 내걸고 싼값에 세입자를 구하기도 했다. 최대한 빠르게 분양을 끝내고 현금 유동성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두산그룹의 다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탄현동 주민 관계자는 “당시 두산에서 미분양났던 매물을 결국 페이백으로 팔기도 했다. 이게 현재 경매 물건이 많은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 경매건 소유자들보면 한사람당 10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예를 들어 8억이 분양가면 15~30% 페이백으로 돌려줬고, 그러면서 실제거래가는 분양가로 찍히니 대출도 전액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대출 50% 받고, 나머지 50%는 전세로 돌리니깐 단돈 100원도 안들인 상태에서 매매가 진행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페이백으로 1~2억원씩 통장에 들어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터라 한채가 아니라 몇채 혹은 몇십채씩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며 “그러나 현재 경매 물건은 끝물”이라고 덧붙였다.

탄현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최근에는 매매 물건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인데, 오는 6월 종합부동산 등 세금 이슈로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놨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일산 제니스는 주인보다는 세입자가 더 많이 들어와서 살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3년째 서울 아파트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하자 이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 중산층 이하 가구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서울 외곽지역에 눈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서해선 연결 등 연이은 교통호재로 일산 아파트 시장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 곳에도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GTX 착공 확정 소식은 수도권과 서울 외곽 경기도 거주민들에게 서울 강남권 30분대 출퇴근이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앞으로 일산지역 집 값도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일산 제니스의 아파트 가격이 횡보하거나 되려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주의를 요구키도 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혀 평수보다는 값이 싼 소형 평수가 수요가 몰리는데 이 아파트 가격만 올랐고, 나머지는 횡보하거나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집 값 상승이 교통 호재로만 있는 것도 아니고, 관공서와 학군 등 종합적으로 봐야하는데 GTX가 들어선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말은 조금 억지가 있다”이라고 일부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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