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관계자 김범석 총수 지정 두고 막판까지 갈팡질팡“외국인 선례 없다···총수 지정 못해” 조성욱 결단 가능성↑쿠팡 지정 논란 계기로 향후 ‘동일인 제도’ 전면 재검토
말 많고 탈 많던 쿠팡의 동일인 지정 여부가 결국 ‘총수 없는 쿠팡’으로 결론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간의 선례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 의장에 대한 총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지만 조성욱 위원장은 끝내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같은 대기업일지라도 총수가 없는 쿠팡은 사익편취 규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됐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지정 결과를 두고 일부 여론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긴 쿠팡에 대한 대기업 집단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총수 없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간 외국인 총수 지정 사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공정거래법에 ‘외국인 동일인을 지정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재계와 시민단체들이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위는 쿠팡 기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위원 7명이 참석한 쿠팡 동일인 지정 관련 비공개 전원회의에서는 김 의장을 지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5명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쟁점 사안을 사무처에 질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전원회의는 총 9명으로 구성되지만 비상임위원 가운데 2명이 불참했다.
당시 여전히 찬반 의견이 나뉜 상황에서 조성욱 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었다. 조 위원장은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쿠팡을 총수없는 대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 정책환경이 변화되고 있는 추세에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총수 지정 이후 각종 규제나 법률 집행가능성 등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미국인이 창업자 김 의장이 미국법인 ‘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측면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로 ▲에쓰오일·한국GM 등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점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현재로서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가까스로 총수 지정은 피했지만 향후 시민단체 등 일부 여론의 ‘외국인 특혜’반발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에만 배우자와 친인척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공정위 설명과 달리 규제 공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부당 지원 금지 규정을 통해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친인척이 사익편취 행위를 벌여도 해당 규정만으로 포착할 순 없다”면서 “동일인 지정은 실질적인 지배 기준만 놓고 판단해야 하지만 이런 판결이 나온 뒤에 꼼수 사익편취가 이뤄질 가능성도 내다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공정위 측은 “현재 김범석 개인이나 친족이 가진 개인회사는 전혀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사익편취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지정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쿠팡 사례와 같은 논란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현재는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런 점들을 보완해 대기업의 효과적 규제 집행 방안, 동일인관련자 범위의 현실 적합성 등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지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개선을 추진하여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현실적합성·투명성·예측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며 “경영권 승계 등 젊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동일인 세대교체를 지속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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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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