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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깎거나 주지 마라”···자회사 악용하는 대형 보험사

대형 보험사, 손해사정 자회사 업무 통제
삼성생명, 자회사에 부지급 가이드라인 전달
교보생명 자회사는 부당요구 대응 체계 미흡
금감원 “손해사정업무 외부 위탁 확대해야”

대형 보험사 손해사정 자회사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보험금 지급 거부나 삭감에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가 피보험자 동의 없는 의료자문 진행 등 부당한 요구를 받더라도 대응할 수 없는 체계라는 지적을 받은데 이어 삼성생명은 자회사에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이하 삼성생명서비스손사)에 손해사정업무 운영 기준 및 절차 강화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총 5건을 통보했다.

삼성생명서비스손사는 삼성생명이 지분 99.78%를 보유한 손해사정 전문 자회사다. 삼성생명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보험금을 산정하는 조사,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서비스손사는 요양병원 암 입원금보험 청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면서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지급을 전제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활용했다.

금감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암 입원보험금 청구 심사 건에 대한 표본점검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례에서 삼성생명의 ‘암 입원보험금 화해 가이드라인’과 결과적으로 동일한 판단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 부지급을 전제로 하고 있어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가이드라인을 조사 또는 심사 기준으로 사용하는 경우 공정한 손해사정업무의 수행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손해사정업무가 불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판례 등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구체적인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기준에 대한 내부교육 등 절차를 마련해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미지급하는 등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를 위반한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하는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또 다른 대형 보험사인 교보생명의 손해사정 자회사 KCA손해사정(이하 KCA손사)도 교보생명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는 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KCA손사에 손해사정서 교부 업무 불합리, 손해사정 업무 및 절차 운영 미흡, 손해사정 관련 업무처리 기준 미흡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개선사항 3건을 통보했다.

KCA손사는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손해사정 자회사다. 삼성생명서비스손사와 마찬가지로 모회사 교보생명으로부터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KCA손사는 손해사정업무 위탁사, 즉 교보생명의 부당한 요구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절차에 대한 교육과 관련 사례 집적, 전파 등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위탁사의 부당한 요구에는 피보험자의 동의 없이 의료자문 진행 요구, 현장조사 관련자 대화 내용 녹취 요구 등이 해당된다.

금감원은 “손해사정업무 위탁사의 요청사항 관리 절차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관리하는 등 절차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매년 ‘셀프 손해사정’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손해사정 위탁수수료 831억원 전액(100%)을 자회사에 지급했다.

해당 기간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상위 3개 손해보험사 역시 전체 손해사정 위탁수수료 3480억원 중 2660억원(76.4%)를 자회사에 줬다.

손해사정은 보험금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형 보험사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셀프 손해사정을 실시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DB손보의 장기보험 손해사정 자회사인 DBCSI손해사정(이하 DBCSI손사)에 중징계인 기관경고 조치를 한데 이어 DB손보에 손해사정 외부 위탁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 DBCSI손사에 대해 손해액을 부당하게 과소 산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해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며 기관경고 조치를 했다.

DBCSI손사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43건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 부당하게 손해액을 적게 산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합의를 요구했다.

이후 금감원은 전년 DB손보를 상대로 실시한 종합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손해사정업무 외부 위탁을 확대하도록 했다.

DB손보는 다수 업체의 경쟁을 통한 보상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2019년부터 자회사 이외의 외부 손해사정법인에 장기보험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고 있으나, 외부 위탁 손해사정법인의 손해사정업무 처리 비중이 낮은 수준이었다.

금감원 당시 “손해사정 자회사 이외의 손해사정법인에 업무를 위탁하고자 하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자회사 이외의 위탁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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