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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분쟁 명분 쌓는 박철완···박찬구 회장 ‘흠집내기’?

금호석화 기존 문제점 들춰내며 변화 주장
2차전지 등 신사업 구상···실탄 마련 방안도
시총 3배 확대·자사주 소각 등 소액주주 유혹
하지만 대부분 박 회장이 이미 밝힌 경영비전
이사회 진입 명분 목적, 사측 주주 유인책 주목

금호석유화학그룹 경영권 쟁탈전을 촉발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본격적인 명분 쌓기를 시작했다.

박 상무는 작은 아버지인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박 상무는 지난 23일 저녁 ‘오늘을 뛰어넘어 미래를 선도하는 지속가능한 금호석화’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배포하고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박 상무가 지난달 27일 금호석화 측으로 발송한 주주제안서의 정당성 입증이다. 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후보 4인의 선임, 배당 확대 등의 안건을 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주주제안이 단순히 ‘삼촌과 조카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도 경계했다.

박 상무는 “지난 10년간 임원으로 현장에서 체험한 시장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금호석화가 개선해야 할 과제와 변화의 방향성을 주주제안에 구체적으로 담았다”며 “절박하고 절실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가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체된 주주환원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 미부합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 체제를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다.

일반 주주를 포섭하고 시장 안팎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자신이 그리는 새로운 금호석화의 청사진도 공개했다.

박 상무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미래 성장 경영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신사업 진출을 약속했다.

특히 박 회장이 금호리조트 인수를 최종 확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기존 사업과 연속성을 유지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NB 라텍스 말레이시아 공장 설립과 해외 SSBR·SBS·CNT 선도업체와의 인수합병(M&A) 등 기존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2차전지·수소·바이오 등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및 신소재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과 금호피앤비화학 등 우량계열사의 상장, 아시아나항공 지분 등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해 신규 사업 진출 실탄으로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또 자사주 전액 소각과 동종업계 평균 이상의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기준 금호석화의 시총 7조원보다 3배 가까이 성장한 금액이다. 주당 가격도 23만원대에서 66만원대로 늘리겠다는 것.

박 상무는 이사회 재정비의 이유로 현 경영진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를 꼬집었다. 그는 “현재의 거버넌스와 기업문화 속에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거버넌스 혁신’을 제안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하는 한편, 여성과 외국인을 포함한 각계의 다양한 이사진을 영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박 상무는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4인의 면면을 밝히지 않았다.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ESG 총괄 전담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또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속가능경영 목표와 KPI 등 지표를 설정해 기업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기업의 성패와 존망은 더이상 영업이익 성과에만 달려있지 않다”며 “비재무적 요소가 더 재무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 ESG 경영은 박 회장이 이미 언급한 경영목표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50년을 위해 긴 안목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새 성장 모멘텀을 찾겠다”며 “환경친화적 경영활동으로 사회 전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이사회 진입 명분을 세우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과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비판적 평가가 입장문 곳곳에 담긴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시장에서는 선제 공격을 당한 금호석화 측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는지에 주목한다. 핵심은 소액주주 달래기다. 박 상무가 고배당에 이어 자사주 소각 등 강력한 전략을 내놓은 만큼, 금호석화도 이에 상응하는 주주 유인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박 상무는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2남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이다. 박 회장은 창업주 4남이다. 박 회장과 박 상무는 금호석화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공동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박 상무와 동갑내기 사촌인 박 회장 아들 박준경 전무만 승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는게 지배적이다. 박 상무는 지난달 박 회장과의 주식 공동 보유 관계를 해제하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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