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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천스닥 ’ 코앞...안착 조건 세 가지

연기금 투자 확대·공매도 금지 연장 가능성...“상승동력 충분”
바이오 성장주의 높은 비중은 부담...“실적 좋아야 장기 랠리”
시장 건전성 제고도 과제...주가조작·대주주 사익편취 막아야“

코스닥이 20년 만에 장중 10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코스닥의 상승세는 연기금의 투자 확대, 공매도 금지 연장 등에 힘입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1000선이 유지되려면 탄탄한 실적, 업종 및 수급 불균형 해소, 시장 건전성 제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6일 장 초반 1007.52까지 치솟았다. 이날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 마감했으나 다음날인 27일에도 개장 직후 1000.75를 찍었다. 코스닥이 장중 1000p를 넘어선 건 버블닷컴 시절인 2000년 9월 이후 20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19일 코로나19 여파로 428.4p까지 폭락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10개월 동안 수직 상승해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 암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업종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3월 폭락장 대비 175.4% 가량 상승하며 코스닥의 고공행진을 견인했다.

◇연기금 투자 확대·공매도 대형주 우선 재개 ‘호재’
증권가는 코스닥이 빠르면 2월 안에 종가 기준 1000p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고 연기금이 코스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코스피 대형주에 쏠렸던 관심이 중소형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 및 대형주 우선 재개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은 공매도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크기 때문에 대형주로 쏠렸던 신규 수급이 중소형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은 기존 1~2% 이상으로 확대되며, 성과지표에 코스닥이 포함된다”며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혜택 연장에 따른 기관 자금 유입도 중소형주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뚜렷하게 상승하기 전까지는 코스닥의 상승동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8월부터 지속 상승 중인 국내 금리의 향방이 코스닥 주요 업종의 가치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연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미래 기대감에 움직이는 코스닥...“실적 안 나오면 조정 불가피”
하지만 코스닥이 1000선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새해 들어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개인 수급이 쏠리면서 코스닥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9.3% 상승한 코스피는 3000p를 넘어 3100선 고지도 넘어선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전망이 좋은 코스피를 따라 움직여왔지만, ‘기대감’이 아닌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이 나쁜데 유동성만으로 상승하면 주가는 어느 순간 갑자기 빠지게 돼 있다”며 “먼 미래가치를 끌어와 뛰어 올라봐야 실적이 안 나오면 조정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도 오르고 있는데, 국내와 다른 점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코스닥도 IT, 소재장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더욱 개선돼야 1000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의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바이오 성장주”라며 “코스닥의 대차대조표상의 건전성은 코스피보다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정책지원에 대한 기대감에 폭등한 헬스케어 테마주들은 현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시 3만7000원을 넘겼던 루트로닉은 1만원에 턱걸이 중이고, 4만5000원을 찍었던 셀루메드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거래정지 중이다.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거품이 빠진 셈이다.

◇시가총액 30%가 바이오, 수급주체 70%는 개인...‘쏠림’ 개선해야
종목과 수급 주체를 다양화하는 것도 코스닥의 과제로 꼽힌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70%가 넘고, 시가총액의 30%는 바이오 종목이다. 개인의 수급이 부진하거나 바이오 종목이 신통치 않으면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비중이 낮아 개인자금의 유입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업종의 종목이 상장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불공정거래에 노출된 코스닥...“투명성 강화로 투자매력 높여야”
상장사들의 투명성을 강화해 시장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은 회사 규모가 작아 상장폐지와 불성실공시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4월 적발한 불공정거래 혐의 기업 22곳 가운데 21곳은 코스닥 상장법인이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코스닥의 경우 기업에 돈이 많아도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가치가 제고돼야 투자매력도가 높아질텐데 개인회사처럼 경영하며 사익을 추구하는 대주주들이 많은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안전하게 투자 할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고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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