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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신뢰’ 못 준 금융위...13년 허송세월

[공매도 25년, 오해와 진실②]시장에 ‘신뢰’ 못 준 금융위...13년 허송세월

등록 2021.01.18 08:35

박경보

  기자

금융위기 때와 판박이...규정 만들고도 불법 감독 소홀 지속2008·2013·2017 등 수차례 개선했지만 정책무능에 역효과무차입 공매도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의무 전산화 시급사전 적발 대신 사후 처벌로 선회 ...개미들의 깊어지는 ‘불신’

시장에 ‘신뢰’ 못 준 금융위...13년 허송세월 기사의 사진

감시 부족과 솜방망이 처벌 탓에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활개를 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를 알고도 13년간 방치한 금융위원회의 정책 무능으로 공매도의 역기능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허송세월하며 논란만 부채질한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제도는 ‘양날의 검’이다. 가격 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시세조종 등 각종 범죄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시달려 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금지 규정을 만들어놓고도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만 하더라도 공매도와 관련된 규정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코스피·코스닥 업무 규정에 마련돼 있을 뿐, 법령엔 관련 규정이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

주식 공매도 관련 규정이 제정된 건 주가하락 심화, 시장 안정성 저해 등 공매도의 문제점을 최소하기 위해서다. 이 규정의 핵심은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공매도 호가 표시 및 가격 제한 등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 2008년 상반기 공매도 거래 38%가 ‘불법’...제도 개선한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가 급증하고 코스피 지수는 1400p를 밑돌자 이 같은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점검결과 2008년 상반기 공매도 거래(26조원)의 38%(약 10조원)가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회입법처는 ‘주식 공매도 현황 및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공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회입법처는 “우리나라 주식 공매도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주식 공매도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고 효율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8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결제가능 여부에 대한 확인의무 강화 ▲주식 대차거래시 담보요건 강화 ▲공시 강화 ▲공매도 집중 종목에 대한 냉각기간 설정 등이다.

◇ 10년간 무차입 공매도 금융사 101곳....처벌은 평균 4000만원?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불법 무차입 공매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금융사는 101곳에 달한다. 금융위도 지난 2017년 1월부터 3년 6개월간 전체 시장조성자를 점검해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 위반 의심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규정이 있는데도 불법이 만연하다 보니 화살이 금융당국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해놨지만 정작 이를 적발하는 시스템이 없고 처벌도 가벼워서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적발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태료는 96억원에 불과하다. 2018년 골드만삭스 사태(74억8800만원)를 제외하면 평균 과태료 수준은 3989만원 수준이다.

전화와 메신저 등으로 차입 여부를 확인 후 수기로 엑셀에 입력하는 ‘수기 방식’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거짓으로 차입했다고 속이기 쉽고 이를 적발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동화된 디지털 대차거래 방식을 이용해 무차입 공매도를 막고 있다.


◇ 가라앉지 않는 개미들의 불만...“전산화 의무화하고 양형기준 더 높여야”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를 2개월 앞두고 부라부랴 제도 개선안을 내놨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기준은 강화됐으나 정작 적발방법은 빠져있어서다. 문제로 지적된 거래내역 입력방식에도 ‘전산화’가 추가됐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부터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막을 방안도 없으면서 공매도의 순기능만 강조해 왔다는 이야기다. 대신 사후 적발 강화로 노선을 튼 금융위는 공매도를 실시간 집계하는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처벌이 강화된 건 환영이지만 선진국의 양형기준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고, 불법을 찾아내야 처벌도 가능하다”며 “공매도 거래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전산화시키고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가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공매도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금감원의 특별검사 이후 공매도 재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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