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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아시아나 매각 불발 대비 ‘컨틴전시 플랜’ 띄운다

산업은행, HDC현산에 최후통첩…“27일까지 아시아나 인수 의지 밝혀라”
매각 포기시 아시아나 기안기금 2조 필요…채권단, 30%까지 지분 확보
‘컨틴전시 플랜’ 중 하나로 워크아웃 고려…일본 JAL 법정관리 사례 검토
아시아나 ‘몸값’ 낮추려는 해석도…정몽규 HDC 회장 강한 인수 의지 변수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난항을 겪자 KDB산업은행이 의사를 밝히라고 현산 측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산업은행이 현산 측에 확실한 의사를 밝히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기 때문이다.

여러 사정을 미뤄보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가능성을 염두해 단계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둔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이 현산에 빠른 입장 표명을 요청했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하순께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이 인수 포기를 선언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관리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수 의지를 여전히 버리지 않은 정몽규 현산 회장이 전략을 수정해 더 낮은 가격으로 매각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8일 관련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현산에 오는 27일까지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유효 시점 이전에 인수 작업 지속 여부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는 채권단이 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종료하고 ‘플랜B’를 가동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채권단은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아시아나 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한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다.

당초 현산은 유상증자 4000억원과 회사채(공모) 3000억원, 보유현금 5000억원, 기타 차입(인수금융) 8000억원 등 약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난 4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현산은 지난 4월 7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납입일정도 연기한 상태다.

표면적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적자로 인수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2082억원의 영업손실과 54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6280%까지 높아졌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 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 우선 투입이 필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정부도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지만 매각 문제가 걸려 있어 지원 시점이 모호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문제의 해결 이전까지는 기안기금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 과정 중이라 기금 지원 논의에서는 일단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M&A 과정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지원금을 기금으로 이관하면 협상 주체 문제 등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산이 매각 포기 의사를 밝힐 경우 불확실성 요소가 사라지면서 기안기금 우선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0일 정부는 6월 중으로 항공·해운사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안기금은 대출, 보증, 출자전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되는데 지원총액의 10~20%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지원금액의 최대 20%까지 기금의 지분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다만 기금이 보유하게 될 지분은 자의적 의결권 행사가 철저히 배제된 특수 지분에 가깝다.

기안기금의 투입 가능성은 확정적이지만 규모는 유동적이다. 현산의 결정에 따라 기금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안기금 운용방안은 ‘불가피한 경우 기존 차입금도 자금지원 규모에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기안기금 지원이 기존보다 더 늘어나게 되고 그 중 일부는 정부 소유 지분으로 전환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에는 2조원 이상의 기안기금을 투입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2조5000억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안기금 2조원이 투입되면 기금의 20% 정도인 4000억원 만큼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갖게 된다. 지난 4월 말 산업은행은 5000억원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해당 지분율을 약 30%로 산정한 바 있다.

산은 측은 최근 현산-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틴전시 플랜이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말한다.

비상 계획 중 하나는 법정관리 체제 돌입 후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추진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산은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일본항공(JAL)의 기업회생절차 사례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당시 매각 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곳이다. JAL 기업회생절차 과정은 법정관리 사례지만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 작업인 일종의 워크아웃 성격을 띈다.

JAL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일본 법원에 법정관리(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당시 항공기리스채무를 제외한 금융채무 5215억엔(약 6조원) 탕감, 기업재생기원기구의 JAL 구주 전액 삭감 및 3500억엔 규모의 신주 유상증자, 3600억엔 가량의 대출 등 총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여됐다. 금융부채를 탕감해주는 대신 상거래채권은 전액 변제하는 차등변제 방식으로 이뤄졌다.

워크아웃이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공개매각 추진을 시작하는 단계로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산은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현산이 채권단과의 만남을 거절하고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양측은 내용증명 등 공문의 형태로만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매각 관련 이해당사자인 채권단, 현산, 아시아나항공 모두의 입장에서 최적의 대안은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산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최근의 침묵도 산은 측에 최적의 조건을 제시해달라는 뜻의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이행 여부는 정 회장이 내년 이후의 항공업 장기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협상을 원하기만 한다면 전면적으로 인수 내용을 재조정할 여지도 있다”며 “다만 인수 의지를 표명해야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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