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건설이냐 밥캣이냐…박정원 회장의 고민

두산重 자구책에 자회사 매각 포함 유력
인프라코어·밥캣·건설 등 자구안 마련에 활용
두산건설 매각 추진설…두산 “결정된 바 없다”
재계 “박정원 회장 건설 애착 강하다” 평가 나와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자구계획안이 자회사 매각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은행권 채권액이 4조9000억원에 달해 당장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면 불가피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상장 폐지되며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된 두산건설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박정원 회장이 최종 매각 카드로 두산밥캣 등 다른 회사를 팔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1일 금융계, 재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두산 측이 조만간 자구안을 제출하면 협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지난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대주주의 고통 분담 차원의 자구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에는 인력 감축, 급여 삭감, 자산 매각 등의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원금을 갚을 수 있는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에는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이 담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산중공업은 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지분 34.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간 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36.27%를 갖고 있으며,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51.05%를 쥐고 있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재계에선 두산건설이 오래 전부터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큰 회사였고 실제로 그룹 내에서도 지난해 매각 검토를 추진해왔던 만큼 유력한 자산 매각 대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구조조정 방안은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고 작년에는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했던 게 맞지만 현 시점에서는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건설 매각을 타진해 왔다. 그룹 내부에서도 그런 정보들이 돌았다. 다만 정부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게 됨에 따라 기존 매각 추진 계획을 일단 보류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두산건설은 ‘두산가 4세’ 박정원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애지중지한 회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두산건설을 이끌면서 애정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설이 아닌 밥캣 등 다른 회사를 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가스터빈, 풍력 등 두산중공의 사업군이 아직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뒷받침하지 못해 정상화 하려면 사업 수주만으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자산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형철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삼성자동차 파산할 때도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사재 출연을 했는데, 두산 대주주 입장에서도 사재 출연을 통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면 매출로는 어렵고 보유한 자산 매각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들이 있으니깐 주주보호 차원의 자구안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당장 재무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49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년간 손실 규모는 1조22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3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876억원을 거뒀다.

두산중공업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신규 수주액을 4조18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은 14조1000억원으로, 2017년의 17조3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낮아졌다.

자회사 중에선 엔진 등 기계사업이 주력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꾸준히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제로턴모어(조경장비작업) 사업을 인수하며 올해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한다. 반면 두산건설은 현재 차입금만 7200억원이다. 이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차입금이 5800억원 선이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산중공업에서 내부적으로 자산 매각 방향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논의 중일 것”이라며 “밥캣을 인수할 당시 인수합병(M&A) 규모는 컸고, 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장비에 강점이 있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수주에 어려움이 있으니 건설을 떠안고 가는 게 부담이 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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