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면세점도 백기...면세 사업 ‘승자의 저주’ 현실화

갤러리아·두산 이어 하나투어까지 특허반납
면세업, 외부 요인에 취약…‘규모의 경제’ 필수

그래픽=박혜수 기자

2015년 ‘면세점 대전’ 이후 특허를 획득한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줄줄이 특허권을 반납하며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기업인 한화갤러리아, 두산이 특허권을 반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SM면세점까지 백기투항 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일본과의 무역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외부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사업자들이 난립하면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M면세점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M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과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만 운영하게 된다.

SM면세점은 지난 2015년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중소·중견사업자로 선정돼 종각역 인근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이후 지난 5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중소·중견 면세사업자 중 1위에 올랐다. SM면세점의 매출액은 2016년 1471억원, 2017년 1431억원, 2018년 1611억원, 2019년 1808억원으로 조금씩 증가했으나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726억원에 달한다.

SM면세점은 특허 반납 이유에 대해 “현재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의 지원에서도 제외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찰과 같이 중장기적인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서울 시내 면세점의 특허권을 반납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SM면세점은 지난달 마라 인천공항 1터미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했다가 지난 5일에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면세업계는 관광객과 공항 이용객이 크게 감소해 매출이 급감한 상태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 25일 기준 하루 9316명으로 집계돼 개항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포국제공항은 하루 단 한 대의 운항조차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역시 지난 1월 101만명을 기록했으나 2월에는 40% 이상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기존과 동일하게 내야하는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SM면세점의 특허권 반납이 단순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만 촉발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5월 한화갤러리아, 10월 두산 등 대기업마저 특허를 반납하고 면세사업을 포기한 만큼 면세시장과 면세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면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가 난립 중이라는 점이다. 2015년 SM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두산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 2015년만 해도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가 물밀듯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특허를 획득하기만 해도 ‘대박’이 난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이후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5년 초 6곳에서 현재 11곳으로 늘어나며 포화 상태가 됐다. 이는 그 사이 문을 닫은 워커힐면세점, 갤러리아63면세점, 두타면세점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면세업의 특성상 외부 요인에 아주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다른 유통업과 달리 면세업은 대부분의 매출을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이기 때문에 ‘고정된 수요’가 없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외부 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리스크가 터지면서 국내 면세시장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크게 줄어들었고, 지난해 말에는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일본인 관광객도 줄어들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면세사업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웠다는 점 역시 시장 이탈자가 발생한 원인이다. 면세사업은 몸집을 키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바잉 파워를 늘려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면세사업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들 중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있었던 업체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실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한화갤러리아, 두산, SM은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사업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이 외부 요인에 취약한 만큼 ‘규모의 경제’ 확보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특허권 추가로 지나친 경쟁이 발생한 것이 결국 코로나19 사태에 기름까지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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