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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손실만 8500억…신동빈, 롯데쇼핑에 칼 빼들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미래 적자 반영했다지만
부실 점포 많은 탓에 손상차손 대규모로 발생

그래픽=박혜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의 부실 점포를 도려내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적자 점포의 미래 손실을 4분기 실적에 선반영 한 결과 적자 규모가 무려 1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까지 뚜렷한 상황에서 부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83.6% 급증한 85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126.3% 급증한 1조164억원에 달한 탓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4분기 6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을 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의 예상과 달리 순손실이 도리어 2배 넘게 증가한 것은 변경된 회계 기준에 따라 적자 매장의 미래 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변경된 리스회계 기준(IFRS 16호)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계약에 의해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유무형 자산의 사용권(리스 자산)과 사용료를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임대 자산의 가치를 회계상 자산과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

이에 롯데쇼핑은 외부회계감사와 함께 논의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포를 대상으로 손상차손을 적용하기로 했다. 손상차손이란 시장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유형 자산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즉 미래에 점포에서 발생할 적자를 4분기에 인식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에 향후 10년치 적자를 일시에 손상차손으로 잡으면서 순손실이 대규모로 늘어났다. 롯데쇼핑 소유 건물에 입점한 자가 점포의 경우 향후 10년간 적자로 인한 가치 하락분을 이번 4분기에 반영했다. 건물을 빌려쓰는 임차 점포는 계약 종료시까지의 기준을 적용해 손상차손을 산정했다. 이렇게 롯데쇼핑이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인식한 손상차손은 9353억원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순손실이 증가한 것”이라며 “현금흐름을 동반하지 않는 손실로 재무적 영향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 감가상각비를 선반영한 만큼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순손실이 단순히 회계 기준 변경 탓이니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순 없다. 손상차손 규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쇼핑의 적자 점포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7조6328억원,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28.3%씩 감소했다.

특히 롯데마트와 슈퍼의 실적이 심각하다. 롯데마트(할인점 사업)은 연간 매출 6조3306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으나 248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슈퍼도 연간 매출 1조8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고, 영업손실은 1038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오너가 경영권 분쟁,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에 롯데쇼핑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롯데쇼핑이 이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700여 개 점포 중 어떤 점포를 정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점포 정리 방식 역시 단순 매각, 세일앤리스백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정리되는 매장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 등을 계획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에는 신 회장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강한 위기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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