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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20-01-03 15:00

무역액 1조달러 달성…“값진 성과” vs “속빈강정”

작년 수출 10년만에 두자릿수 하락
무역흑자 392억달러 11년 연속 흑자
“1997년 소득 1만달러 잔치 떠올라”

<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이 지난해 10% 넘는 수출 감소를 보이면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부는 “값진 성과”라며 자평한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줄었다. 수입액은 5032억3000만달러로 2018년보다 6.0% 감소했다.

2018년 총 수출액은 6048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였던 만큼 전년 대비 두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한 해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단가하락, 유가하락 등 불확실한 대외여건과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지난해 무역총액은 1억456만달러로,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3연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3년 연속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9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무역수지 측면에서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국 중 제조업 기반의 무역 흑자국은 중국・독일・우리나라 3개 나라뿐이다.

최근 10년 간 무역규모 증가 속도 측면에서도 한국(4.3%)은 무역 10개국 중 중국(7.3%)・홍콩(4.8%)・미국(4.7%)에 이어 4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무역수지는 391억9000만달러 흑자로 11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560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찬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 10대 국가의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은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고,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길어지는 ‘마이너스 수출’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무역흑자는 수출과 함께 수입도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11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1년새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391억9000만 달러로 전년(696억5700만 달러) 대비 43.7% 감소했다.월별로는 감소 폭이 더 크다. 지난해 12월 20억1700만 달러로 전년(41억8200만 달러)에 비해 반토막 났다.

무역수지는 2017년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2017년 952억2000만 달러 이후 2018년 696억6000만 달러, 지난해 391억9000만 달러로 하락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후한 정부의 평가는 “자화자찬”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향후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할 기업의 생산성도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2일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작년 수출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10.3%)로 감소했는데 이는 대외 환경 탓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하락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수출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자 생명선인데 서서히 약해져왔다”며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5G(5세대) 이동통신 등을 제외하곤 우리 산업 경쟁력을 넘어섰고, 인도 역시 곧 우리를 앞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에 따른 원가경쟁력 약화, 산업 구조조정 부진으로 유망 먹거리 산업 부재, 기술·인력·제도의 국제 경제질서 적응 실패 등 내부 요인을 지목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군소정당과 연합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통과시킨 정도의 의지만 있으면 수출 부진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역 1조달러 돌파를 자화자찬하다니, 1997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잔치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많은 경제주체들이 분전해 주셨지만 투자, 수출 등 민간 실물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지만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국내적인 정책 환경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면서 기업 심리도 함께 위축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정책기조 또한 기업의 활력 제고로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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