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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기밀 요구한 애경…정당한 요구? 먹튀? 논란 확산

항공기 리스 계약서·인력운영 등 요구
LCC 업계 하나같이 “부당한 요구” 시각
애경 “성공적인 인수 위해 필요한 절차”

아시아나항공 매각전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린 애경그룹이 ‘진성 인수’ 논란에 휩싸였다.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장거리 노선 취항을 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영업비밀을 빼가려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애경그룹이 자료 제공 범위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체결한 항공기 54대의 리스 계약서를 비롯해 현재 운항 중인 각 노선별 인력운영 현황과 손익 등 세세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애경그룹의 인수가 확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기밀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애경그룹은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부당한 요구라고 입을 모은다. LCC 한 관계자는 “리스 계약서를 공개하는 것은 천기누설”이라며 “인력이나 손익 관련 자료까지 요구한 것으로 볼 때 다른 의도가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리스 계약서를 앞세워 리스사를 압박할 경우 법적공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참가한 진짜 목적이 제주항공에 있다는 분석한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제주항공이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일본 여행 보이콧과 시장 포화 등이 맞물린 여파다. 더욱이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LCC 3곳이 공식 취항을 준비하고 있어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은 노선 다변화와 프리미엄 서비스, PB상품 등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분기에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제주항공이 3분기에 115억원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LCC들이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더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전망한다. 장거리 노선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

제주항공이 현재 취항하는 노선 중 가장 거리가 긴 노선은 중거리로 분류되는 부산~싱가포르(약 4700km)이다. 하지만 이 노선은 이스타항공도 운항하고 있다. 인천~태국 방콕(4300km)도 있지만,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항공기를 띄운다.

장거리 노선을 개척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영업 노하우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991년 11월 15일 서울~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으로 장거리 노선에 첫 취항했고, 약 20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애경그룹이 요구한 자료를 제주항공이 분석, 장거리 노선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곧바로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영업비밀만 확보하고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소위 ‘먹튀’(먹고튀기)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지만, 완주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 “제주항공을 더욱 키우기 위해 인수전에 참가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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