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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등록 :
2019-09-16 10:29

수정 :
2019-09-16 16:03

대형건설, 이젠 CFO 전성시대

내부살림 위주서 벗어나 신규사업 M&A 주도
HDC 정경구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진두지휘
대우건설 정항기도 신사업 등 확대 추진 예고
삼성물산 정주성은 전사역할…이사회 등 책임
현대건설 윤여성은 사내이사중 유일하게 자사주

대형건설업계에 CFO(최고재무책임자)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기존 CFO는 건설사 내부 살림살이 위주로 그룹·건설 오너나 CEO(최고경영책임자)들의 지원업무를 비롯해 CEO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대부분 2인자 역할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CEO보다 앞에 서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서다.

경기가 꺾이고 있는 건설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사업 확장 주도와 M&A(인수합병)부터 그룹 등 전사적인 역할까지 책임지고 챙기고 있다. 일부 대형건설에선 CEO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CFO(전무)가 대표적이다. 정 CFO는 재무적 투자자(FI)로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는 미래에셋대우 실무진과 이번달 초 최종입찰가격 협상을 하는 등 회사 내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6월 강원도 소재 대형 골프리조트인 오크밸리의 HDC그룹 인수도 그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HDC그룹 오너인 정몽규 회장의 복심이 아니라면 핵심 M&A 진두지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정 회장의 손발이 되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인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언론과도 만나 “항공업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건설업보다 안정적이어서 항공업 진출을 검토하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재 운영하는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금 동원력도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CFO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경영기획 팀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HDC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관리본부장에 임명됐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HDC스포츠와 HDC영창 등 HDC그룹 산하 계열사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8월 대우건설 CFO(부사장)에 오른 정항기 부사장도 맹활약이 예고된다.

지난 7월부터 대우건설 새주인이 된 KDB인베스트먼트가 KDB산업은행 출신을 CFO에 올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은 물론 대우건설 출신도 아닌 외부출신 정 부사장이 당당히 이름을 올려서다.

기존 대우건설 출신 김창환 CFO를 밀어낸 건 시작에 불과했다. 취임하자마자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CFO의 업무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형 사장과 함께 실세 부사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 CFO의 최대 미션은 역시 재무구조 개선. 대우건설이 다른 대형건설보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고, 부채비율은 높은 등 개선 여지가 많아서다.

그러나 정 부사장이 재무구조 개선 외에 신사업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들어 리츠(REITs)사업, 동남아시아 장비 대여사업 등에 새로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를 뜻하는 말로 금융상품으로 취급되고 장비 대여사업 역시 리스 등 금융사업과 성격이 유사하다.

정 부사장이 현대카드를 비롯해 현대캐피탈, 현대증권,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을 거치며 얻은 금융업 노하우가 대우건설 신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항기 CFO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현대건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이사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2008년 현대차그룹을 떠나 현대그룹의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증권에서 경영기획본부장, 채권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년 반 넘게 현대증권 사내이사에 올라 이사회 일원으로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부사장을 역임한 뒤 최근까지 국내 자동제어공사 분야 1위 업체인 선진콘트롤엔엑세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했다.

30년간 삼성물산 재무통으로 일한 정주성 CFO(경영기획실장 부사장)는 전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모태라할 수 있는 삼성물산 내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4개 부문 전사 CFO를 맡고 있는 데다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CSR 활동 관련 실무를 총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영인 출신 외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등 이사회 내실화를 바탕으로 거버넌스를 선진화를 추진해왔다.

또한, 이사진 산하 CSR 위원회를 운영하고 4개 부문(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통합 사회봉사단을 신설하는 등 전사적인 차원에서 CSR 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방향을 수립·실천해왔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거버넌스 개선 노력은 2019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월드(World) 우수 기업'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주성 CFO는 삼성물산 사옥 매각을 비롯해 삼성생명, 한화종합화학 등 삼성물산 보유 자산의 효율적 운용 계획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역할 때문에 그는 상사 부사장에서 삼성물산 전사조직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재무팀 경영기획 재무팀장 상사부문 경영지원팀장(전무) 등 요직을 거쳤다.

이외에 윤여성 현대건설 CFO도 소리없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월 박동욱 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CFO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용된 그는 현대차 중국통으로 꼽히는 인물.

한때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당시 둥펑위에다기아(DYK, 중국 합작법인)의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그 후 현대차로 옮겨 중국사업부장을 맡았고 2017년말가지 현대모비스에서 베이징권역 담당, 중국사무소 담당 등을 겸직해왔다.

현대건설에서 재경본부장(CFO)으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토대로 국내외 수주 확대에도 기여하며 올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1조클럽 재탈환 달성을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4월 현대건설 주식 1000주를 매입하며 현대건설 사내이사로는 유일하게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CF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룹은 물론 현대건설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박동욱 사장(임기 2021년 3월29일) 후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시공이나 분양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 나서는 등 재무통 임원들이 약진하고 있다. CFO들의 역할이 더 커지면서 CEO보다 더 새 사업 M&A 등에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대형건설 경영행보에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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