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9-16 18:25

‘평양行’ 성사시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남북경협’ 밑그림 그리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
“평양 가고 싶다”던 바람 현실로
‘금융지원’ 규모 등 논의 오갈 듯
“기업·금융기구까지도 협력해야”

성장지원펀드 출범식.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발탁되며 ‘평양행’을 확정지었다. “올 가을엔 평양에 가보고 싶다”던 지난 여름의 막연한 바람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실현된 셈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시점이어서 이 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이날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에 정치·경제·시민사회·문화계 인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금융기관 수장 중에서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그는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질 정상회담 기간 중 북측 관계자와 접촉하며 남북경협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이동걸 회장 개인적으로는 그야말로 뜻밖의 소식일 듯싶다. 지난 5월 다음 역점사업 중 하나가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소개하며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바로 성사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평양행을 전혀 생각지 못한 눈치였다. 당시 이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에 경제계 인사가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면서 “이 시점에 정부에서 가장 필요한 인물이 포함돼야 하며 자신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 회장을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향후 본격화할 남북 공동사업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프라(철도·도로·전력 등) 육성 비용을 약 1400억달러로 추산했는데 여기에 투입될 자금을 모으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산은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의 규모와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한 두개 금융기관만으로는 추진이 어려우며 외국 금융기관과 국제 금융기구의 협력까지도 요구된다.

이에 외부에서는 이 회장의 방북이 남북 공동사업의 큰 방향성을 잡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나 방식, 일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산업은행도 대북 사업에 대응하고자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이어왔다. 일례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는 기존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했으며 북한 관련 연구 등을 맡길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또 이 회장도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압록강과 맞닿은 중국 선양과 단둥 등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정치·외교·군사적 리스크’ 만큼이나 대북 사업의 ‘잠재력’도 크다는 이 회장은 각 주체가 협력해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 공동 발전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걸 회장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면서 “기반을 닦는 일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경협은 한정된 파이를 누가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 심지어 국제 금융기구까지도 힘을 합쳐야 하는 문제”라면서 “경쟁이 아닌 협력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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