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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미·삼성 쇼크에 넋 나간 애널리스트들

기업 눈치 보랴 투자자 반응 살피랴
매도 리포트 내놓으면 ‘왕따’?

사진=pixabay.com

‘신약개발의 클래스가 다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8번째 홈런’, ‘기다리던 또 한 번의 쾌거’, ‘한국의 제넨텍, 원조에게 인정받다’.

지난달 29일 한미약품이 공시를 통해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체결을 발표하자 쏟아져 나온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이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고 더러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호재성 공시가 나온 다음 날 장 개장 30분 만에 이 모든 장밋빛 예측을 뒤엎을 공시가 나올 것이라 경고한 애널리스트는 없었다. 사실 없는 것이 당연하다.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쓸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호재성 공시 이후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높이지 않은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뭘 믿고 목표가를 그대로 뒀냐”는 식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설사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해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해도 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 리포트를 통해 미공개정보를 유출하는 꼴이 되는 탓이다. 결론적으로 애널리스트는 언론과 여론에 뭇매를 맞게 됐다.

애널리스트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미약품에 대한 논란이 채 식지도 않은 상태에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을 결정했다. 증권사 리포트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며칠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잠정실적이 예상보다 높아 목표주가를 190만원까지 상향 조정한 리포트도 있었다. 지난 12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삼성증권 목표가의 평균은 191만원 정도다. 이날 종가와 비교했을 때의 격차는 약 40만원이다.

13일 기준 갤노트7 사태 이후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단 3곳에 불과하다. 목표가를 200만원 이상으로 유지 중인 증권사는 10곳에 달한다.

이는 현재 애널리스트와 기업과의 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올 상반기 증권가를 휩쓸었던 갑질 논란 역시 이와 연관이 있다. 당시 한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회사로부터 기업 탐방 금지와 정보 제공 금지를 통보받았다.

한 회사의 IR담당자는 “기업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내놓은 애널리스트는 왕따 비슷한 취급을 당하게 된다”며 “애널리스트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재 기자 russ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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