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서 기자
등록 :
2015-11-24 08:28

생존 위한 사업재편 가속화…새 두산 창조

그룹 주요 계열사, 해외 경기 불황에 직격탄
재무구조 개선 위해 ‘알짜사업’ 매각 추진도
인프라코어·두산重 양대 축으로 사업 재편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전력청(SEC)에서 수주한 ‘라빅2 (Rabigh)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두산그룹이 주력사업인 중공업 부문 재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계열사별로 덩치를 줄여 글로벌 경기 불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기계와 방산 부문 계열사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부문과 방위산업 계열사 두산DST,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등이 대상이다.

두산은 창립 100주년을 맞은 1996년을 전후로 소비재 사업과 결별하고 중공업 부문을 중심으로 내세운 경영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력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알짜사업에 대한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두산의 중공업 부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실적 악화를 반복해왔고 부채비율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 16개 계열사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약 8610억원 줄어든 총 8조3392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51%에서 지난해 46.8%로 4.2%p 떨어졌다.

올 3분기에도 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건설·엔진 등 그룹 4개 주요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중국 경기 침체 등 원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업황 악화로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도 해당 계열사의 재무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들어 지주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끌어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공작기계 사업에 대한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분 50% 미만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매각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분 100%를 모두 팔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약 230%(3분기 기준)로 다소 높은 편이다. 올 상반기 280%에 달했던 것을 밥캣 사전 기업공개(프리 IPO)로 7000억원을 조달하면서 비율을 낮췄다. 회사 측은 공작기계 사업을 매각하고 나면 부채비율이 100%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공작기계 사업의 지분가치는 총 1조8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매각대금은 2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의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두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들은 이달 중 투자안내서를 발송하고 다음달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산DST는 지난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면서 그룹에 편입됐으며 2008년 물적분할을 통해 별도 회사로 설립됐다. 장갑차와 대공·유도무기 등 각종 군사장비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9110억원의 매출을 낸 이후 2013년 매출 5380억원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6156억원의 매출로 반등에 성공했다. 올 초에는 방위사업청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상태다. 때문에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두산이 두 알짜사업에 대한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2조원에 가까운 현금이 일시에 유입되면서 유동성 사정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과제로 안고 있던 재무구조 건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산그룹 내 중공업 사업의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와 엔진, 두산중공업의 플랜트 사업이 두 축으로 자리함으로써 성장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플랜트 사업에서 순항하며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인 9조3000억원을 상회하는 10조원 달성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의 10조1015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베트남 송하우 화력발전소와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등 4조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고 하반기에도 인도 하두아간즈 화력발전 프로젝트 등 일감을 따냈다. 이달 중순에는 터키 석탄화력발전소 성능개선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인도 등 주력시장에서 2~3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이익을 회복하면서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사업다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지난 몇 년간 경기 불황으로 고전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며 “알짜사업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면 내년부터는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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