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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주민이 바라본 강남 옥죄기

[기자수첩]잠실 주민이 바라본 강남 옥죄기

등록 2018.02.07 17:19

수정 2018.02.07 17:27

이보미

  기자

잠실 주민이 바라본 강남 옥죄기 기사의 사진

나는 잠실에 산다. 오늘은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펜을 들었다. 정부가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을 투기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듯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제 강남에 재건축 집 한채만 있어도 죄인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서다.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그들만의 담장을 높게 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남 주민들 역시 이로 인해 정부가 조정에 들어가는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이곳을 지역 주민들의 터전이 아닌 단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기름 한방울 안나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계층 이동이 가장 용이한 ‘교육’으로 사회적 계층 상승을 노리는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렸다. 이게 강남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나 역시도 잠실에서 나고 자라면서 이곳에 대한 추억과 향수가 짙다. 하지만 이를 고사하고도 자식을 낳아 기른다면 강남권에서 자리를 잡고 싶고 여기를 떠나고 싶지 않다. 강남 집값이 안정적이고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자녀 교육, 생활 편의, 강남이 주는 상징적 의미와 특권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굳이 강남에 살지 않아도 똑같은 교육을 받고 공정한 기회와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고스펙과 인맥을 쌓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면. 나는 미련 없이 집을 팔고 더 싸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이것이 강남 집값이 부동산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전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특정 지역 전 거주민을 겨냥해 투기세력이라고 규정, 지나친 규제 압박을 주는 것은 온 국민을 향해 더욱 강한 ‘양극화 시그널’을 주고 강남 주민들의 높은 반발심만 자극할 뿐이다. 강남 주민들 역시 다양한 시점에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해당 주택을 구매한 조합원들이다.

문재인 정부도 강남 집값의 근간을 부동산 정책으로만 풀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을 것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잡아야 한다. 기회가 불공정하고 돈이 사회적 계급을 나누고 배경과 인맥이 사회적 성공을 보장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강남의 울타리는 더욱 높아져만 갈 것이다.

뉴스웨이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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