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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로부터 온 편지]허창성 -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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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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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

기억나시나요? 1971년 출시된 삼립 호빵의 CM송입니다. 호빵은 47년이 지난 지금도 쌀쌀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는,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빵의 인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닙니다. 여기엔 SPC그룹의 전신 ‘삼립식품’을 일으킨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의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지요.

삼립식품은 허 회장이 1945년 서울 을지로에 세운 ‘상미당’이란 빵집에서 시작됐습니다. 빵집 주인이긴 했지만 그에게 빵은 단순한 판매용 먹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제빵산업은 문화산업이다.”

‘밥을 대신할 수 없다’, ‘서양 사람만을 위한 간식’ 등 빵에 관한 편견이 가득하던 시절에 남들과 달리 바라본 셈. 그렇게 허 회장은 빵에 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요컨대 빵 한 조각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중국인의 호떡 가마를 보고 열기를 분산시키는 터널식 구조를 차용, 연료비를 1/10로 줄인 무연탄 가마를 만들어냅니다. ‘공장빵 시대’의 시초였지요.

좋은 재료를 쓰는 바람에 원가가 높아져 초기엔 상점 사장들로부터 재료비를 낮추란 원성을 듣거나, 진열대 제일 안쪽에 배치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맛있고 좋은 음식엔 소비자의 손길이 가기 마련.

그 손길을 가장 많이 받은 제품으로는 삼립 크림빵을 꼽을 수 있겠지요. 크림빵은 1964년 출시돼 배고프던 시절 우리 국민들의 허기와 입맛을 달래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네티즌 A “설탕이 귀하던 때, 달고 하얀 크림이 든 크림빵은 값비싼 간식 (…) 한 입 한 입 아껴 먹었고, 그 맛은 잊을 수 없다.”

히트 먹거리의 명성은 삼립 호빵으로 이어집니다. 호빵은 허 회장이 일본 시장을 둘러본 후 아이디어를 얻어 1971년에 탄생시켰는데요. 추억의 간식이자 여전히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겨울 음식으로 남아있지요.

이후에도 호떡을 상품화한 호이호이, 국내 최초의 우동 습면 제품 하이면, 케익류 제품으로 한때 일일 1만 상자씩 팔린 보름달 등 허 회장과 삼립식품이 내놓은 먹거리들은 꾸준히 히트 상품 자리에 오릅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허 회장이 한국인의 입맛을 읽는 데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감각 또한 끊임없는 연구, 품질 유지에 대한 신념 등에서 비롯된 것.

▲호빵 출시를 위해 직속 연구팀 구성, 군인초소 같은 곳에서 1년 이상 연구
▲2018년 호빵, 직경 10cm 무게 108g로 1971년과 동일

허 회장은 1992년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시제품이 나오면 꼭 맛을 봤고, 문제점 발견 시엔 연구팀에 이를 알려 고치곤 했습니다.

“빵을 수백만 개 만들어도 고객은 빵 하나로 평가한다.”

그에게 빵은 단 한 개도 허투루 내놓을 수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2003년 허 회장은 작고합니다. 그는 작고 전 병상에서 당시 삼립식품을 맡고 있던 둘째 아들 허영인 회장에게 당부했지요.

“다시 한 번 옛날 그대로의 크림빵을 만들어 달라.”

그렇게 추억의 크림빵은 재출시됐고, 복고 열풍을 타며 큰 인기를 누립니다. 이는 크림빵 한 조각에 행복을 느꼈던 사람들이 아직도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터.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가 왔지만 누군가의 빵 한 입에 행복의 시간을 새기고 싶어 했던 그 마음만은, 여전히 그립습니다.

이성인 기자 s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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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인 기자si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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