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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 융통성이 필요하다

[기자수첩]은산분리 완화, 융통성이 필요하다

등록 2017.07.27 14:35

정백현

  기자

은산분리 완화, 융통성이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우리는 꽉 막힌 사람을 보며 “참 유도리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 ‘유도리’는 ‘여유’를 뜻하는 일본어 ‘ゆとり’에서 비롯된 말로 ‘융통성’을 뜻한다. 융통성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성질이나 능력을 뜻하는 단어다.

기자의 짧은 생각으로 느끼기에 융통성이 참으로 부족한 곳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 일하는 정부청사다. 금융위원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일주일에 서너번 꼴로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 출입한다. 요즘은 이 청사를 출입할 때마다 조금 귀찮은 절차를 거치곤 한다.

바로 ‘손풍기’라 불리는 휴대용 선풍기를 입구에 무조건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는 ‘손풍기’는 더위를 이겨내려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유독 이 곳 정부청사만은 이 ‘손풍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열로 인한 폭발 우려 탓이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 획득 제품도 이 청사에서는 여지없이 반납 대상이다. 만약 진짜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승인 하에 반입을 허용하고 상황에 따라 사용을 통제한다면 청사 출입구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손풍기 반입 실갱이’를 매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길게 언급하면 비루해 보일 수 있으므로 ‘손풍기’ 이야기는 여기까지. 기자가 비루함을 무릅쓰고 ‘손풍기 반입금지’를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의 관료 사회, 그리고 정치권이 얼마나 융통성 없이 행동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27일 문을 열었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초기 흥행에 성공했던 것처럼 카카오뱅크도 언제 어디서나 계좌 개설, 예금 입/출금, 대출,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출범 첫 날부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인터넷은행이 어엿한 제1금융권의 일원으로 성장하려면 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 취득을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원칙의 완화가 필요하다. 이 원칙을 완화하려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조속한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가 지연된 탓에 자본금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융통성 없이 지리멸렬하게 자기 할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니 야심차게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돛을 펼치자마자 표류할 위기에 놓였고 낮은 금리에 신용대출을 받으려 했던 금융 소비자들도 신용대출 공급 중단으로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원칙을 무조건 완화해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정치권이 이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인터넷은행으로 범위를 한정해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될 수 있도록 확실한 대안을 만들어서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인터넷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고 전향적 자세로 나와 인터넷은행 진흥을 위해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인터넷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방지 대안을 내놨다. 정치권은 이 얘기를 유연하게 들어야 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나란히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입이 닳도록 외치고 있다. 그러나 입으로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말할 뿐 말하는 자세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 수준이나 다름없다.

언제까지 꽉 막힌 공무원, 외골수 정치인 소리를 들을텐가.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고 생각과 행동을 유연하게 하자. 그래야 국민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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