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5처·16청에서 18부·5처·17청으로사라지는 미래부·안전처···朴 흔적 지우기과기부·통상교섭본부 예산·권한 대폭 확대
문재인 정부가 18개 부와 5개 처, 17개 청의 조직으로 5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일부 부처의 명칭을 바꾸고 소관 부문을 이관하는 등 다소간의 변화가 선행됐다. 이는 전임인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조직을 정비하고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소외됐던 과학 분야에 예산 및 권한을 대폭 몰아주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통상 기능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의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는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41일만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내각 후보자 임명 등 굵직한 이슈에 밀려 여야 사이에서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개정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 재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당초 외교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였던 통상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그대로 잔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 산하에는 통상교섭본부가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돼 부활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설치된 국민안전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동시에 당시 폐지됐던 해양경찰청과 소방청은 각각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 외청으로 부활했다. 행정자치부는 남은 안전 관련 기능을 흡수해 행정안전부로 다시 몸집을 불리게 됐고 산하에 차관급 재난안전관리본부가 만들어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산하에는 차관급 과학혁신본부가 마련됐다.
특히 과학혁신본부는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R&D(연구·개발) 예산에 칼자루를 쥐게 된 데다 기존에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까지 넘겨받게 돼 그 위상이 대폭 높아졌다.
정부 조직이 개정됨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 일부도 명칭이 바뀌게 됐다. 기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안전행정위원회는 행정안전위원회가 됐다. 또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창업위원회로 개정됐다.
국가보훈처장의 지위는 장관급으로 격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박승춘 전 처장 등이 이념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이번 정부에서는 보훈 기능을 강화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토록 하기 위한 조치다. 장관급인 대통령경호실을 차관급인 대통령경호처로 재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낮은 경호’ 취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각의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도 충분히 반영됐다. 19명의 장관급 인사들 중 여성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피우진 보훈처장 등 5명에 달한다. 현재 공석인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 한 자리만 여성이 임명되더라도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약속한 ‘장관직 여성비율 30%’ 공약은 곧바로 달성된다.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권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데다 내년 지방선거에 맞물린 개헌 투표 가능성을 감안해 조직개편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던 4년 전과 비교해 적잖은 부분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던 변화 중 상당수가 제자리로 ‘원위치’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신설된 행안부는 안전행정부와 행정자치부를 거쳐 4년만에 다시 제 이름을 되찾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 속에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창조’가 삭제되고 ‘정보통신’으로 대체됐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지면서 폐지된 통상교섭본부도 이번에 부활했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재협상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조직개편 최소화를 외치면서도 사실상 박근혜 정부 ‘흔적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현 여권의 첫 번째 기조인 적폐청산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업무지시를 통해 국정교과서 폐지와 4대강 사업 재조사에 착수했다.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적폐청산과 반부패 개혁을 1단계 과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이 청와대 곳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에 들어간 상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을 적폐청산과 개혁의 연장선상에 놓으면서도 대내외 환경에 맞춰 과학과 통상에 힘을 준 결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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