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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데스크칼럼]대우조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록 2017.04.24 18:16

수정 2017.04.25 00:06

윤경현

  기자

대우조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기사의 사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요. 대우조선해양 근무복을 입고 있는 것조차 모든 사람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지난 18일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겨 국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됐지만 주위 사람은 물론 지인으로부터 눈총은 따갑기만 합니다”

최근 밤늦은 시간 대우조선해양 한 근로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술이 얼근하게 취했다. 통화하는 내내 울먹이며 가슴속에 담아둔 그동안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우조선해양 입사했을 당시의 홀어머니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던 일, 처음으로 배를 인도하며 기뻤던 일, 망갈리아 조선소 파견으로 한국 조선인의 자긍심을 느꼈던 일 등 대우조선해양과 함께했던 수많은 에피소드를 하나 하나 들려주었다.

말하는 중간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서 그동안 마음의 짐이 무거웠음이 느껴진다. 아직은 젊은 나이에 구조조정도 비껴갔지만 언제 화살이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심각하다.

지난해 한 가족 같이 지냈던 회사 동료들이 회사에서 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고 조선업계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 상환을 강요를 받았으며 국민의 마지막 보루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손을 댔다는 주위의 시선 등 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남몰래 눈물을 훔친 일을 털어놓았다. 길가에서 선임을 보게 됐다. 이른 아침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현수막 철거일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지난해 퇴직한 선임은 회사 내에서도 일벌레로 유명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사 일에 매달리고 가족보다 회사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던 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아름다웠던 청춘을 대우조선해양에서 보내고 지금은 인력사무실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에 대해 서글픔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도 조선소 현장에서 누구보다 진두지휘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제 하루 일당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일력 사무소에 나가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살아남은 자와 밖으로 내몰린 자. 모두 겉으로 들어내지 않지만 모두 깊은 상처를 삭히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업계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공적자금 총 6조7000억원을 지원받는 ‘밑빠진 독’이라고 표현한다.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물론 관료주의적 경영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적자를 숨기면서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한 곳이 대우조선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줄을 댄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이다. 이런 곳에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에 반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비단 대우조선만의 문제일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를 관리, 담당하는 기관의 외면이 만들어낸 작품일 것이다.

이제 2주 후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더는 산업은행과 정부의 콘트롤 타워 부재로 근로자들이 마음 아파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조선업계 근로자들이 근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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