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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의 품격

[기자수첩]변론의 품격

등록 2017.02.24 17:46

수정 2017.03.24 15:56

이창희

  기자

변론의 품격 기사의 사진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쪽이 변수를 획책한다. 선거에서 밀리는 쪽이 판을 흔들기 위해 애쓴다. 소위 ‘쫄리는’ 쪽이 더 고민하고 더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수반되는 패착을 우리는 보통 ‘무리수’라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 기일인 지난 2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재의 재판 진행에 불만을 품은 한 변호인이 특정 재판관을 국회 소추위원단의 ‘수석대리인’이라고 쏘아붙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호인은 헌재의 즉각적인 지적에 발언을 정정하긴 했지만 이미 드러난 자신의 인식과 품격은 주워담지 못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탄핵심판의 초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금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법리적 공방이 오갔고, 양측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도 나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혐의점을 증명하는 정황과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탄핵 찬성으로 여론이 기울면서 변호인단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실하고 억지스러운 변론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상황은 더 꼬여만 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해당 변호인은 법정 밖에서까지 구설에 올랐다. 특정 매체 취재진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급기야 완력까지 동원하는 추태를 보였다.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어디 한번 맘껏 보도해보라’고 일갈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사실관계에 입각한 근거, 분명하고 합리적인 주장이 사라진 법정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의 호소와 결과에만 집착한 무논리, 용인될 수 없는 행패가 대신 자리잡았다.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있었다. 정당의 강제 해산에 대한 당위성과 재판 과정의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당시 변호인단은 철저히 법리적 울타리 안에서 변론에 최선을 다했다. 극도로 치열할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 속에서도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 탄핵심판은 최후 변론 기일을 남겨두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법전에 명시된 거창한 사명까지 기대하진 않는다. 국가 원수의 변호를 위해 법정에 선 이들이라면 훼손된 품격만이라도 제자리에 되돌려 놓을 의무가 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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