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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외부기고]한국판 양적완화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등록 2016.06.14 07:18

수정 2016.06.14 18:28

김아연

  기자

김영근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김영근 한국은행 노동조합위원장김영근 한국은행 노동조합위원장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에서 10조를 내고 정부가 2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기업은행은 중간에서 한국은행의 대출을 중개하는 도관기관 역할을 하고 신용보증기금은 대출을 보증해 한국은행의 손실을 방지한다는 구체적인 운영방안도 내놨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다. 한은이 직접출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초에 주장한 ‘한국적 양적완화’보다 다소 완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대출을 중개하는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모두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양 기관 모두 근거법인 ‘중소기업은행법’과 ‘신용보증기금법’에 중소기업 지원이 목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대출을 보증하게 될 경우 보증여력이 축소된다.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깎아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신보의 중소기업 지원여력이 줄어들 경우 한국은행이 신보에 출연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자기 돈으로 보증을 받으라고 하는 것으로 직접출자와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초래된 직접적인 원인인 대우조선의 경우 2002년부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경영을 해왔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해왔고, 주요 보직에 낙하산을 보내 사익을 누렸다. 조선 경기가 나빠지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고, 다른 은행들이 부실을 감지하고 대출을 회수할 때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하기는커녕 추가대출로 부실의 규모만 키웠다. 

부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가 되자 책임지기는커녕 한은과 다른 공공기관을 끌어들여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으로 공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나자 이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과 똑같은 현상이 수 년 후 일어날 것이다.

경제상황이 급박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을 동원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특정 산업 지원을 위한 개입이기에 문제는 크고 중대하다. 중앙은행의 지원은 심각한 경제위기시에 특정 금융기관의 부도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위해서 행해진다. 

이 경우에도 도덕적해이(Moral Hazard) 방지를 위해 매우 제한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 현재 상황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당장 부도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며, 지원대상이 되는 국책은행들도 당장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있다. 

이와 같은 선례는 정부의 도덕적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주요 기업이 부실해지면 국책은행을 통해 위험을 떠안은 뒤 중앙은행에 지원을 받는 방식이 고착화될 수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자본확충 방안은 정권의 임기 내에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임시로 막고 폭탄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일 뿐이다. 결국 한국은행의 손실은 커지게 된다. 즉, 국민의 손실만 키운 셈이다.

국가가 발권력을 행사하던 전근대에는 화폐발행을 통한 재정충당이 종종 있었고, 이로 인한 경제파탄이 뒤따랐다. 이에 근대 국가들은 중앙은행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부로부터 독립시킴으로서 화폐가치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불, 바퀴, 중앙은행을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은 발권력을 동원, 재정을 충당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돈을 찍어내는데 맛들인 권력이 이를 스스로 멈춘 적은 없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중앙은행이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다.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 견제로 이를 막아야 한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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