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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주호재? 시장에선 ‘사막의 신기루’

이란 수주호재? 시장에선 ‘사막의 신기루’

등록 2016.05.02 15:47

장가람

  기자

관망하는 투자자 많아···축포 터트리기 일러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이 한창인 가운데, 호재가 예상되는 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일부에선 과한 기대감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투자에 신중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일인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찾은 지 이틀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이 수교 54년 만에 최초로 이란을 국빈 방문했다. 경제재제 해제 후, 기지개를 켜는 이란 시장의 선제적 확보를 위해서다. 해외 수주 고갈로 우울해하던 대형 건설사와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도 각 수장들을 경제 사절단에 포함시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해 이란 정부가 경제재제 해제 이후 2020년까지 약 1859억원(한화 211조) 규모의 프로젝트 발주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중 우리나라는 최대 100%, 약 300억달러(한화 34조원)의 수주를 성사시킬 것으로 기대 중이다. 유가하락 등으로 중동지역서 오랜 기간 수주 가뭄에 시달린 국내 회사들로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호재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규모 수주 소식에도 관련주들이 시장에서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서며 한껏 들뜬 정부와 재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2일 오후 3시 장 마감 기준 현대건설은 전일보다 1300원(3.23%) 내린 3만8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우건설과 GS건설도 전장대비 각각 170원(2.68%), 50원(0.16%) 하락 6180원과 3만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대림산업 또한 전 거래일 보다 1800원(1.98%) 빠진 8만8900원이었다. 삼성물산도 3000원(2.29%) 내린, 12만8000원으로 마무리했으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마지막 거래일보다 600원(5.61%), 5000원(4.31%) 하락한 1만100원, 11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의 미지근한 반응의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주요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이 이뤄지지 않아 수주 계약 현실화에 대한 의심과 국내 건설시장 불안으로 인한 하방 리스크 증가 등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두바이유 5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48달러(1.08%) 하락한 43.93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스사유(WTI)도 0.11달러(0.24%) 내린 45.9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월 20달러 초 중반을 오가던 것에 비하면 꽤나 회복한 수치지만 아직까지 산유국들의 생산원가와 비슷하거나 하회하는 가격이다. 단기적으로 미국 내 원유재고 감소와 감산 합의 기대감이 유가상승을 불러일으켰지만 실제로 생산량 동결과 감산에 합의사항은 아직 없다. 더욱이 원유생산량 동결합의에 미치지 못하게 한 갈등국가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인 것을 감안 할 경우 이란 수주 호재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두 나라는 이슬람교에서 각각 시아파(이란)와 수니파(사우디)를 대표해, 단순 세계 원유 점유율만이 주요 갈등 원인이 아니다. 종교적 이유가 겹쳐져, 이들은 재정적자에도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생산량 동결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사우디에 비해 이란의 적자는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주요 산유국들이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이란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다. 오는 5월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시장의 온도차는 명확하다. 부동산리서치 사이트인 부동산114가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7만4000만여 가구다. 이중 수도권 분양세대는 5만2600여 가구이며 나머지 2만2300여 가구는 지방 분양 물량이다. 올 들어 최고 수준의 분량 물량이지만 이들의 흥행여부는 아직 안개 속이다. 지난 달 지역별 청약경쟁률이 부산과 대구는 각각 238.64:1, 71,82:1로 뜨거웠지만 전남과 인천은 0.02:1, 0.12: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이 늘어 건설사들의 재무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도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해외 수주가 국내 건설사들의 상황에 구원투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언론에 2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수주 규모를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주계약이 이뤄진 건 없다”며 “아직까진 진출 확정이 아닌 이란 진출의 토대가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 있긴 하지만 실질 계약이 아닌 양해각서(MOU)나 가계약이 형태일 뿐이며 실질적인 계약수주는 빨라야 올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한다”며 “이란이 현재 좋은 상황인 건 맞지만 프로젝트 발주 준비에 시간이 필요해, 수주가 현실화되기 전까진 진정한 호재라고 볼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장가람 기자 jay@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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