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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兵’은 살아있다

[데스크칼럼]‘老兵’은 살아있다

등록 2016.01.26 11:14

수정 2016.01.26 15:11

윤경현

  기자

‘老兵’은 살아있다 기사의 사진

기자의 아버지는 평생을 바닷바람과 함께 살아온, 조선업의 산 증인이다. 유년기에는 전남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고 청년이 되어서는 가족을 위해 바다에서 청춘을 보냈다.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베일’ 산업항 공사장에서 한여름 50℃ 더위와 싸웠고 100m 높이의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완공 현장도 함께했다. 귀국 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호중공업을 거쳐 중소조선소에서 일했고 최근 45년 몸담았던 조선소 현장을 뒤로 하고 퇴직했다.

약관의 나이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여름에는 뜨거운 철판 앞에서 겨울에는 작업복을 뚫는 해풍과 싸워온 존경스런 아버지다.

한국경제를 위해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타국에서 가족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일했던 우리네 아버지들. 현장을 떠난 이분들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남은 것은 현장에서 배운 경험과 기술 그리고 성장한 자녀들이 전부다.

지난 2014년부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으로 불리는 조선 빅3를 비롯해 모두 구조조정의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적으로 조선소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이다.

조선업은 한국경제를 최선봉에서 이끌어왔다. 최근 수주량에서 중국에 세계 1위의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한국의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부하고 있다. 정밀한 기술의 완벽성, 투철한 사명감의 도전정신은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도 조선업계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기에 비용절감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엔 구조조정만한 게 없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상황 반전을 점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구조조정으로 현장에서 일할 인력 수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60(협력업체)대 40(직영)의 비율로 운영되는 조선업의 상황에서 수주 호조에 따른 인력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조선사는 구조조정에 집중하기보다 향후 시장의 변화에 따른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잘라내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한국 조선소가 노쇠화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기회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만이 다일까. “현장에서 젊은 층을 찾기 힘들다. 조선소가 노쇠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젊은이들로 채워진 조선소는 어떤가. 한국 조선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과 기술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퇴직 조선소 고위 임원의 말이다.

잘라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하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조선업에 노병의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시 비상할 그날을 위해.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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