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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상식적 가격에 팔아야

[데스크칼럼] 금호산업 상식적 가격에 팔아야

등록 2015.05.26 07:28

황의신

  기자

 금호산업 상식적 가격에 팔아야 기사의 사진

국내 대표적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는 중고 물품은 물론 새 제품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로 유명하다.

그런데 가끔 이 카페에서 분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갈등이다. 특히 물건 판매자가 구매자를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의 갈등 요인이다. 가격을 뻥튀기 한다거나 물건이 바뀌거나 돌연 판매를 않겠다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적어도 물건을 팔겠다고 했으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상대를 향해 어떤 형태로도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카페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매물 판매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지는 곳은 비단 인터넷 물품 거래 카페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 경영권을 사고파는 시장에서도 벌어진다. 판매자가 지나치게 이익을 취하기 위해 구매자를 상대로 장난을 치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금호산업 이야기다.

금호산업은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7.48%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 이 지분은 공개 매각 형태로 처분될 예정이었지만 본입찰에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6007억원이라는 금액을 써내면서 유찰됐다.

수의계약 형태로 변화된 금호산업 지분 매각 협상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단독으로 진행하게 됐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원래 주인’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모습을 보면 인터넷 물품 거래 카페에서나 보던 것처럼 박 회장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건 그대로의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값에 금호산업 지분을 팔려고 하는 움직임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금호산업 지분의 단순 가치는 상당히 낮아졌다. 공개 매각 추진 당시보다 주가가 훨씬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약 5300억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채권단은 8000억원 미만으로는 팔 계획이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하다못해 최대 1조원의 매각대금을 희망한다는 언급도 흘러나왔다. 시장 안팎에서 평가하는 가치는 많아봐야 8000억원 안팎이지만 채권단이 너무 비싼 값을 부른 셈이다.

채권단이 이번 금호산업 지분 매각을 통해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취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도를 넘어서는 흥정은 자칫 전체적인 거래를 망가뜨릴 수 있다. 따라서 채권단,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기업 매각을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금호산업 지분의 빠른 매각은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 모두에게 이익이다. 채권단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짐을 덜 수 있게 되고 금호아시아나 역시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으로 가면 양 쪽 모두에게 손해다. 채권단은 “금융권이 민간 기업을 지나치게 흔든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금호아시아나 역시 그룹 재건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자칫 알짜 민항사를 제3자에게 넘겨야 할 우려가 크다.

채권단은 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지원해 줘야 할 존재이지 기업 매각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존재가 아니다.

정상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금호산업이 비상할 수 있도록 이제는 채권단이 허튼 고집을 꺾고 합리적 자세로 거래에 나설 때다.

황의신 산업부장 p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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