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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부터 노벨상까지, 유통가 회장님들의 희귀품 수집 사랑

모자부터 노벨상까지, 유통가 회장님들의 희귀품 수집 사랑

등록 2015.03.06 13:43

이주현

  기자

박성수 이랜드 회장, 노벨 경제학상 메달 4억3000만원에 낙찰
하림 김흥국 회장, 나폴레옹 2각 모자 증 36억여원에 사들여
홍보효과 있겠지만 직원 사기 떨어뜨린다는 비난의 눈초리도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왼쪽),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오른쪽)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왼쪽),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오른쪽)


최근 유통업계 회장들이 잇따라 해외 경매 시장에 나서고 있다. 기업 성장과 관계없는 경매품에 수 억원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비난의 눈초리도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각 사가 추구하고 있는 비전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다가 낙찰금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그룹은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이트 샌더스 경매에 나온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경제학상 메달(사진)을 39만848달러(한화 4억 3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고 밝혔다. 최초 경매가격 1억6500만원(15만달러)에 비해 3배 가까운 금액에 낙찰 받은 셈이다.

낙찰 받은 경매품은 1971년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이론과 국민소득 통계에 관한 실증적 분석으로 받은 노벨 경제학상 메달이다.

1901년부터 지금까지 889명에게 주어진 노벨상 가운데 경매에 나온 메달 개수는 5개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특히 경제학상 메달이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랜드 측은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경매품으로 노벨상을 염원하고 있는 학계 젊은이들이 자극을 받고 우리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낙찰받은 노벨상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낙찰받은 노벨상


평소 희귀 소장품 수집광으로 알려진 박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회사 내에 별도 팀을 구성해 국내외 경매에 나오는 희귀 소장품들을 살 정도로 경매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마돈나의 장갑,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진주목걸이,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 직위봉 등 이색적인 물품을 사들인 바 있다.

찰리 채플린이 영화 ‘황금광 시대’(1925년)에서 썼던 중절모와 대나무지팡이, 조앤 크로포드가 ‘밀드레드 피어스’(1945년)에서 입었던 의상 등 영화 관련 소장품만 7000여점이다. 아카데미 트로피도 30여점이 있다.

또한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 선수 60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석판화를 비롯해 196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한 투수 밥 깁슨의 올스타 트로피, 1980년대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라마 호이트의 사이 영 트로피 등이 있다.

박 회장이 수집에 몰두하는 것은 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모은 수집품이 수만점에 달해 박물관 수십개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다.

이번 쿠즈네츠 노벨상 메달은 이랜드 테마파크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며 현재 몇몇 소장품들은 이랜드 계열 호텔과 외식업체 매장 내에 진열해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켄싱턴스타호텔’에는 비틀즈 관련 소장품 40여 종이 진열됐고, 부산 서면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 매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역대 명작 영화에 등장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앞서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소에 나온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각(二角) 모자를 188만4000유로(25억8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오세나 경매소 측은 애초 낙찰가를 50만 유로(약 6억9000만 원)로 예상했으나 김 회장은 4배 가까운 높은 가격에 모자를 샀다. 나폴레옹은 생전 약 120개의 모자를 갖고 있었으나 현재 19개만 남아있으며 이 가운데 2개를 민간인이 소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김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이를 추후 서울 논현동에 건설중인 하림 신사옥에 진열해 일반인에 공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홍보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직원들에게는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실적 악화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소장품 매입은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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