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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보고있나?” 케이블 드라마, 열풍 넘어 콘텐츠로

[2014 방송 결산①]“지상파 보고있나?” 케이블 드라마, 열풍 넘어 콘텐츠로

등록 2014.12.06 06:00

수정 2014.12.21 15:24

이이슬

  기자

사진 = tvN '미생' , SBS '모래시계' 사진 = tvN '미생' , SBS '모래시계'


오늘날 TV를 소비하는 시청 방식은 변화됐다. SBS ‘모래시계’를 보러 아빠들이 정각에 퇴근하는 바람에 동네 통닭집에 파리가 날린다는 말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스케줄을 조절해가며 제 시간에 TV앞에 앉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이는 IPTV나 VOD 서비스 등을 통해 원하는 방송에 접근이 용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프라임 타임인 오후 10시대 동시간대 1위 드라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겨우 넘거나, 한 자릿수 1위 경쟁을 이어가는 안타까운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청률 1위 드라마가 50%가 넘느냐 마느냐가 화두가 되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것.

이제 드라마는 시청률 싸움이 아닌 콘텐츠 싸움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열풍을 넘어 콘텐츠로

올 한해 국내 드라마의 가장 큰 변화하면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케이블 드라마는 질이 낮다’ ‘엉망이다’ 라는 오명을 벗고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미생’을 비롯한 다수의 드라마가 흥행을 기록하며, 케이블채널 tvN은 드라마 왕국으로 거듭났다.

지상파 드라마가 톱스타에 막대한 출연료를 쏟아 부으며 시청률 뽑아내기에 혈안이 됐을 때, 케이블 채널은 작품으로 눈을 돌였다. 드라마 시장을 간파하며 지상파에 대적할 방안을 모색한 것. 쪽대본과 생방송 촬영 등 열악한 지상파 드라마 환경은 방송사고와 드라마 퀄리티의 저하를 가져왔다. 거듭된 지적에도 지상파 드라마 환경은 바뀌지 않았고, 톱스타에 의존한 제작 환경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이 틈에 케이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지친 마음에 파고들었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생’은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 불리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저변에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 깔려있다. ‘응답하라 1997’과 후속 ‘응답하라 1994’가 인기를 얻으며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tvN 드라마는 승승장구했고 제작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 1월 김소연·성준 주연의 ‘로맨스가 필요해3’(1.13~3.4)와 엄정화·박서준 주연의 ‘마녀의 연애’(2014.4.14~6.10), 의학 로맨스 드라마 ‘응급남녀’(1.24~4.5) 등 줄줄이 전파를 탄 작품들은 모두 호평 일색이었다.

사진 = tvN '응급남녀' '마녀의 연애' '로맨스가 필요해3' '미생' (시계방향)사진 = tvN '응급남녀' '마녀의 연애' '로맨스가 필요해3' '미생' (시계방향)


올해로 3번째 시즌인 ‘로맨스가 필요해’는 시즌1의 정현성 작가와 장영우 연출이 조우했다. 33세 여주인공이 20대 청춘 남과 30대 후반의 직장상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삼각 로맨스를 그렸다. 조여정과 김정훈이 장기 연애 커플로 분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시즌 1과 정유미와 이진욱이 현실감 넘치는 아슬아슬한 로맨스로 시즌 1의 마니아층을 견고히 한 지난 시즌과는 달리 시즌 3에서는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엄정화가 특종을 쫓는 기자인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마녀의 연애’(극본 이선정 반기리, 연출 이정효 윤지훈)는 14살 연하남 박서준과의 파격 연애를 그리며, 30대 여성의 독보적인 지지를 받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3.4%(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 기승전 연애? NO···다양한 장르, 실험 통해 호평 이끌어

장르물에서도 케이블 드라마의 선전은 계속됐다. 로맨스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실험에 나섰고 영화 같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오지호·오지은 주연의 OCN ‘귀신 잡는 형사 처용’(2.9~4.6)과 윤상현·김민정 주연의 tvN ‘갑동이’(4.11~6.11),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OCN ‘신의 퀴즈4’가 연이어 방송됐다. 또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로 선보인 OCN ‘나쁜 녀석들’(10.4~), 일본 카이타니 시노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tvN ‘라이어 게임’은 방송과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미스터리 감성 추적물 드라마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빠른 전개,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2%대 중반의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아이돌그룹 엠블랙(MBLAQ) 이준이 싸이코패스 류태호로 분하며 발연기 논란에서 벗어나 배우로 자리잡았다.

사진 = OCN '신의 퀴즈4' '나쁜녀석들', tvN '갑동이' '라이어 게임' (시계방향)사진 = OCN '신의 퀴즈4' '나쁜녀석들', tvN '갑동이' '라이어 게임' (시계방향)


‘라이어 게임’(극본 류용재, 연출 김홍선)는 동명 만화 속 게임 머니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는 설정을 과감히 없애고, 방송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으로 배경을 옮겨 한국판 라이어 게임으로 각색했다. 싱크로율 논란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조재윤, 신성록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을 선보이며 만족할 만한 평을 얻었다.

OCN ‘신의 퀴즈’는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로 4번째 시즌을 맞이한 ‘신의 퀴즈’는 OCN 채널을 대표하는 드라마라고 해도 될 정도. 올해 역시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으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평균 시청률 1.3%(남녀 25~49세 타깃)의 무난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역시 시즌제 드라마다. 최근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또 케이블 채널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들도 있었다. 시트콤 ‘감자별’, 회춘 누와르 ‘꽃할배 수사대’, 먹는 방송 ‘식샤를 합시다’는 독특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흥행으로는 연결짓지 못하면서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2014년은 미생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tvN 개국 8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윤 작가의 웹툰 ‘미생’은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만화상을 휩쓴 작품이다. 그렇기에 쉬이 영상으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미생’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물밑 작업을 통해 우려를 극복하고 성공을 일궜다.

지난해 프리퀄로 제작된 ‘미생’은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올해 하반기 정규 드라마로 방영됐다. 임시완, 이성민, 김대명, 강하늘, 강소라, 변요한 등 탄탄한 주,조연 배우들과 한 회 에피소드에서 배출되는 깜짝 스타들이 어우러져 명품 연기로 극에 입체감을 더했다.

열풍이 사회 현상으로, 사회 현상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미생’은 올 한해 2014년 케이블 최고의 드라마 꼽을 수 있겠다.

이 밖에도 tvN은 아침 드라마를 최초로 편성하며 장르의 다양성에 힘을 보탰다. 87개국에 수출된 칠레 국민드라마 ‘엘레사는 어디있나요(Where is Elisa)의 리메이크 작품인 일일드라마 ‘가족의 비밀’(극본 이도현, 연출 성도준)을 오전 9시대 편성하며 주부 시청자를 처음 만났다.

◆ “우리도 있다” 주춤했던 종편 드라마의 역습

종합편성채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012년 개국 이후 드라마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TV조선은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 ‘연애의 목적’ 등을 집필한 고윤희 작가의 신작 ‘최고의 결혼’(연출 오종혁)을 선보이며 재기를 노렸다.

2012년 배우 황정민·김정은을 앞세원 100억 규모의 개국특집 드라마 ‘한반도’는 조기 종영의 굴욕을 면치 못했고, 이후 ‘백년의 신부’ ‘불꽃 속으로’ 역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고윤희 작가의 빠른 전개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극본에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다. 비혼모, 시급남편 등의 묵직한 주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 눈길을 모은 ‘최고의 결혼’을 시작으로 TV조선은 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진 = JTBC '밀회', TV조선 '최고의 결혼'사진 = JTBC '밀회', TV조선 '최고의 결혼'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존재감을 발했다. 스무살 나이차를 뛰어넘어 음악을 매개로 교감하는 두 남녀, 김희애와 유아인의 격정 멜로가 안판석 PD의 섬세한 연출로 그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밀회’가 방송되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밀요일 이라고 부르며 마니아 층 사이에서 큰 팬덤을 형성했다. 밀회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전문적인 클래식의 등장 역시 호평을 얻기도 했다.

같은 클래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 KBS2 ‘내일도 칸타빌레’와 비교된다. 일본소설 ‘노다메 칸타빌레’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 작품에 견주었을 때 초라하기만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실소를 자아내는 출연자들의 연기와 기본적인 연주 싱크로율이 맞지 않은 허술한 편집, 급조한 듯한 극본 등 구멍 뿐인 드라마였다.

언급하기 참담한 5%대 시청률로 종영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국내 지상파의 리메이크 여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 음악 드라마라는 바이블을 철저히 무시한 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완성시키며 급하게 막을 내렸다. 종합편성채널 ‘밀회’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 지상파 드라마, 안주와 답습이 불러온 참패···냉정하게 바라볼 때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현상은 반복될 전망이다. 아니 더 심화될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도와 도전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케이블 드라마는 자신감을 얻어 또 다른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고, 여기에 노하우까지 쌓인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포맷이나 울궈먹으며 시청률 따라잡기, 톱스타 의존하기만 답습할 것인가? 시청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을 통해 작위적인 이슈를 불러 시청률 반등을 꾀하는 꼼수만 찾을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떠나간 시청률이 돌아오지 않을까?

시청률에 의존하기 편성은 지양하고, 향후 드라마 시장에 대한 이해와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지상파 방송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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