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육체적으로 거의 끝까지 갔어요. 마라토너들이 경기를 하면서 몇 번의 사점(死點)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제가 그랬으니깐. 진짜 이건 죽겠더라구요. 준비 기간도 진짜 고됐어요. 5개월 동안 촬영했고 그 이전부터 몸 만들고 격투기 훈련하고. 내가 배우인지 격투기 선수인지 분간키 힘들 정도였다니까요. 하하하. 거의 1년 정도는 아침에 눈떠서 운동하고 잠잘 때까지 운동하고. 이게 생활이었죠. 운동량이 거의 프로 수준이었다고 하대요. 스트레스도 심했죠. 우선 나이가 있으니 몸도 잘 안 불고(웃음).”
무리를 했나보다. 이정재는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당했다. 심상치 않은 부상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한 나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재가 극중 맡은 배역이 전직 축구선수이자 현재 이종격투기 선수다. 영화 속에서 총 5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러닝타임 동안 온몸이 부서져라 치고받는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 번도 안다치고 촬영을 끝마쳤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게 얼마나 아프냐면 가만히 있어도 욱신욱신 하는 느낌이 실제로 나요. 진짜 나중에는 숟가락 드는 것도 힘들 정도였어요. 사실 못찍는게 정답인데, 진짜 포기를 못하겠더라구요. 우선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연달아 전작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하고나서 좀 몸을 움직이는 가벼운 느낌의 인물을 해보고 싶었는데 ‘빅매치’가 딱이었죠. 그리고 이 나이에 이종격투기 선수 역할이 언제 오겠어요. 하하하.”
◆ ‘빅매치’, 액션 사실감 ‘모션캡쳐’ 덕분
진통 주사를 맞고 촬영에 임했다. 이정재의 부상도 있었지만 ‘빅매치’에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에서나 봤음직한 ‘모션 캡처’ 기술이 사용됐다. 그래서 이정재의 불가능한 액션이 사실감 넘치게 스크린에서 살아났다. 하지만 그것도 이정재 본인이 몸으로 연기를 직접해야 했다. 이정재의 움직임을 통해 스크린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장면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영화 속 액션의 90% 이상을 직접 소화했다.
“신하균씨가 전작 ‘런닝맨’에서 쉼 없이 달렸다고 하던데 절 보고는 진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데요. ‘내가 더한 거야’라며 물었죠. 하하하. 처음부터 끝까지 100%의 힘으로 달렸어요. 특히 영화 초반 경찰서 탈출 장면은 진짜 힘들었어요. 제일 먼저 찍은 장면인데, 이게 열린 공간에서 합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뛰어야 하는 게 많아요 숨이 차서 미치겠데요(웃음).”
그 장면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실제 대전의 한 경찰서에서 촬영했다. 그 장면을 설명하면서 이정재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극중 익호(이정재)가 단 한 번의 폭력도 사용하지 않고 100여명의 경찰들을 뿌리치고 탈출하는 모습을 그린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탄성이 쏟아질 정도다. 이정재는 “진짜 내가 다시 봐도 그 장면은 신기할 정도다”고 웃는다.
“그 장면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사용됐는데, 사실은 두 번째 도끼(배성우)파와 격투를 벌이는 복도 액션 시퀀스가 진짜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라고 들었어요. 물론 배우들도 진짜 고생 많았죠. 그런데 후반 작업에서 가장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들어갔데요. 촬영도 생각보다 진짜 오래했어요. 아침에 촬영을 시작하면 콘티를 주시는 데 한 시퀀스 촬영에 콘티만 수십 장이에요. 진짜 허걱했죠.”
진짜 문자 그대로 죽을 고비를 경험할 정도로 온 몸을 불사르며 찍었다. 하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이 사실 이정재를 더 괴롭혔다고 한다. 이정재에게 코미디를 원하는 연출자 최호 감독 때문에 괴로웠단다. 물론 농담이지만 당사자인 이정재는 진짜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고. 특히 관객들의 배꼽을 탈출시킬 ‘노래방 장면’ 질문에선 얼굴마저 붉어지며 쑥스러워했다. 노래방에서 익호가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코믹한 율동까지 펼치는 장면이다. 우스꽝스런 율동도 등장한다.
“책(시나리오)을 보면서 그 장면은 정말 ‘딱 빼고 가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못하겠더라구요. 텍스트로 쓰여 있는 장면인데도 정말 쑥스러워서 못하겠더라구요. 근데 감독님이 절 살살 구슬리셨죠. 우선 찍고 나서 편집에서 빼자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찍을 때도 얼마나 낯이 화끈거렸는지. 하하하. 근데 시사회때 보니깐 뭐 또 그럴듯하데요. 진짜 편집을 잘 하신건지. 우선 다행스럽더라구요. 근데 지금도 화끈거리네. 어휴. 하하하.”
◆ “감독님, 사실 액션보단 코미디에 집중”
사실 이정재에 따르면 최호 감독은 액션보단 코미디에 더 신경을 썼다. 액션에서 크게 주문을 했던 점이 없었다고. 액션은 카메라 포지션과 인물 그리고 각도와 방향성만 맞으면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코미디는 아이디어도 많아야 하고 포인트와 호흡이 중요하단다. 그리고 그 모든 부분이 정확하게 딱 맞아 떨어질 때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노래방 장면도 그렇지만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적인 톤을 좀 밝게 해주는 정도였어요. 처음 익호의 격투기 영상이 쭉 나오는 장면에서의 세리머니, 유치장에서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에요’ 라고 하는 정도에요. 수경이와 갈대밭에서 애정 행각 수준의 격투 장면도 그렇고. 거기서 더 나가면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더 큰 웃음이야 라미란씨도 있으셨고 다른 분들이 해주시면 되는데 하하하.”
5개월 동안의 촬영 기간 동안 거의 죽을 만큼 고생을 하며 극한의 상황까지 경험했다. 스스로가 밝히기를 코미디에 재능이 결코 없으면서도 배꼽을 잡을 만큼 웃긴 상황도 만들어 냈다. 이정재의 원맨쇼가 더 이상은 없다고 할 정도로 그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런 이정재의 모든 것을 지켜 본 신하균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정재는 동료 신하균을 향해 ‘복 받았다’며 웃는다.
“하균씨는 전체 5개월 촬영 중에 세트에서만 딱 2주 찍었어요. 아이고 복 받았죠. 그 추운날 난 죽어라 뛰고 구르고 난리를 치는데. 하하하. 뭐 하균씨도 ‘런닝맨’에서 줄기차게 달렸으니 이번엔 좀 쉬어도 되긴 해요. 그리고 에이스가 신하균 때문에 그렇게 살아났지 만약 내가 했으면 진짜 코미디 됐죠. 하하하.”
한때 심각할 정도의 슬럼프에 허덕였던 이정재다. 그도 인정했다. 그리고 임상수 감독의 ‘하녀’로 그 터널에서 벗어났다. 이후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 타석에 들어서면 홈런을 날리는 강타자가 됐다. 지독하게 운이 좋다고도 하고 또는 그의 연기력이 불혹을 넘겨 터져나온 것이라고 한다.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김용화 감독 집들이에 갔는데 거기서 최동훈 감독을 만나서 ‘도둑들’을 하게 됐고, 최동훈 감독님이 ‘다음 작품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지금 ‘암살’도 찍고 있고. ‘신세계’는 (최)민식이 형이 전화해서 함께하게 됐고, ‘관상’은 한재림 감독님이 불러주셨죠. 이번 ‘빅매치’는 제작사 심보경 대표님이 절 적극 추천해 주셔서 하게 됐죠. 참 운도 좋고 주변에 절 좋게 보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아주 복 받은 놈이죠. 제가.”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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