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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야, 진짜야?” 연극 무대서 발견한 ‘미생’ 보석들

[포커스]“연기야, 진짜야?” 연극 무대서 발견한 ‘미생’ 보석들

등록 2014.11.22 08:00

수정 2014.11.22 08:03

이이슬

  기자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감있게 그린 드라마 tvN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평균 시청률 4.6%, 최고 6.0%에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10대에서 50대까지 전 연령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5회차 기준, 닐슨코리아 유로플랫폼 가구 기준)

회차별 에피소드를 통해 인턴사원 및 신입사원, 이해관계로 인한 부서의 갈등, 갑과 을의 관계, 워킹맘과 직장내 성희롱 및 성차별 등 묵직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뤄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직장인의 부모, 아내, 자녀 등 가족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치유와 공감을 안기며 ‘미생’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 단역까지 단 한명도 허투루 기용치 않는 ‘신의 한수’

드라마가 시작되면 제작진들은 시청률의 노예가 된다. 시청자들을 예의주시하며, 반응이 뜨거운 배우의 비중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또 시청률을 의식해 주연배우 위주의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며 작품을 전개시킨다.

사진 = tvN '미생' 포스터사진 = tvN '미생' 포스터


하지만 ‘미생’은 조금 다르다. 회차 별 에피소드를 이끄는 단역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특별 주인공 역할을 한다. 주요 배역들은 그들과 함께 스토리를 풀어가지만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아니다.

앞서 열린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김원석 PD는 “우리 드라마는 임원진에서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직급을 그린다. 또 각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배우들이 새로 등장한다. 이런 부분은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주연배우 분량이 적으면 시청률에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인데 우리는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김 PD는 “오래 준비했지만 캐스팅 과정은 쉽지 않다. 단역도 까다롭게 뽑고 있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를 배치하고자 함이다. 독립영화를 찾아보며 변요한을 발굴했고, 앞으로도 그런 배우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이는 김원석 PD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미생’에는 배우인지,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는 회사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는 조,단역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초기 방송된 ‘미생’은 작품 주연배우인 장그래 역의 임시완, 오과장 이성민, 안영이 강소라, 장백기 강하늘에 시선이 집중됐다. 방송이 끝난 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들의 이름이 장악했다.

하지만 지금 모양새는 조금 다르다. 방송이 끝나면 실시간 검색어에는 생소한 이름이 등장하며, 극중 직급인 하대리, 박대리, 유대리, 재무부장 등이 오르며 진귀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미생’에서는 연극배우 출신 연기자들이 줄지어 등장하며 호평을 받았다. 마치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 근무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신 스틸러’ 라기보다 ‘직장인’ 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

김종수, 전석호 / 사진 = tvN '미생' 김종수, 전석호 / 사진 = tvN '미생'


◆ ‘하 대리’ 전석호 - ‘김 부장’ 김종수

연극무대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

안영이(강소라 분)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등장과 함께 공포영화 속 놀람을 안기는 하 대리(전석호 분)는 밉지만, 세밀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 대리는 여성 신입사원 안영이를 지독하게 무시하고 괴롭히며 시청자들에게 가장 밉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 상사이기에 많은 여성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석호는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에 오를 정도로 연극계 유망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졸업 후 인도 여행기를 그린 연극 ‘인디아 블로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진출, 이후 노영석 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 ‘조난자들’에 캐스팅 됐다.

이어 전석호는 연극 ‘터키블루스’ , ‘인사이드 히말라야’ 등 다수의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 직속 상사인 영업부 김 부장(김종수 분) 역시 극단 생활을 버텨낸 연극파 배우다.

김 부장은 오 과장의 실적을 빼앗아 회사 내 자신의 라인에게 넘기는 악역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최 전무(이경영 분)에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빼앗기며 부서원들에게 미안함에 고개 들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을의 모습, ‘미생’으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을 각인시켰다.

배우 김종수는 영화 ‘밀양’의 부동산 신사장 역으로 43세에 데뷔, 영화 ‘풍산개’에서 북한 고위급 망명남으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장주임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앞서 김종수는 울산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다수의 영화와 연극에 출연했지만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도, 유명세도 얻지 못한 그였다.

하지만 김종수는 ‘미생’에서 자연스럽고 실제 회사원 같은 연기를 펼치며 이름 석자를 알렸다.

◆ ‘재무 부장’ 황석정 - ‘고 과장’ 류태호

S라인의 뒤태와 밝게 웃는 얼굴로 돌직구를 날리는 재무부장(황석정 분)은 독특한 말투와 소신 있는 업무로 눈길을 모았다. 반려된 기획안을 수정해서 가져오는 안영이에게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본 재무부장은 특유의 조련과 해안으로 안영이의 능력을 알아봤다.

짧은 몇 장면에서 등장만으로도 황석정은 존재감을 발하며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황석정은 올해로 21년째 연기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다. 김종수와 마찬가지로 황석정 역시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설경구, 이문식 등의 배우들과 한양레퍼토리 극단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활약했고, 연극 ‘아리랑 랩소디’ ‘몬스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귀신이 산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황석정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배우다.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해 피리를 전공했지만, 우연히 보게 된 연극에 매료되어 무작정 극단에 입단해 포스터를 붙이며 배우로의 길을 걸었다.

황석정, 류태호 / 사진 = tvN '미생'황석정, 류태호 / 사진 = tvN '미생'


영업 3집 옆 부서에서 엉거주춤한 안경을 추켜세우며 “오 과장아” 부르며 친근한 멘트를 건네는 고 과장(류태호 분)는 오 과장이 힘들 때 함께 옥상으로 향해 담배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고, 또 승진을 위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고 사내 정치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오 과장을 물 먹이기도 한다.

선당인지 악당인지 알 수 없는 그의 캐릭터는 현실감을 더한다. 실제 현실에서도 악당과 선당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정말 옆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항상 영업 3팀의 눈치를 살핀다. 그는 영업 3팀을 주시하고 있는 장면 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류태호는 연극 ‘날 보러 와요’ 등 다수의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두 번째 용의자 조병순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특히 개봉은 앞둔 영화 ‘내부자들’에서 문일섭 역을 연기하며 윤태호 작품의 두 편에 모두 출연해 눈길을 모은다.

또 그는 12년간 교수로도 대학 강단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교수직을 내려놓은 채 현역 배우로 복귀했다. 류태호는 ‘미생’을 만나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활동을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박 대리’ 최귀화 - ‘유 대리’ 신재훈

‘미생’ 6화에서 친절해 오히려 피해를 보는 박대리(최귀화 분)는 직장에 한 명쯤은 반드시 존재할 것 같은 공감을 일으키며 한 회 출연 만에 스타덤에 올랐다.

박대리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자 망설이지만, 자녀 교육비와 아내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옭아 메인 자신에 눈물을 보이며 공감을 얻었다.

‘무능한 대리’의 표본처럼 등장해 장그래(임시완 분)의 동정과 훈수를 부르지만, 결국 감사팀 앞에서 거래처의 잘못된 행각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제 나름대로의 바둑 세계를 펼쳤다.

최귀화는 1997년 연극 ‘종이연’으로 데뷔, 다수의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극배우의 길을 걸었다. 이후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대부분 단역이었다. 그러던 중 ‘미생’의 출연 기회를 얻었고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방송 직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현재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촬영 중이다.

신재훈, 최귀화 / 사진 = tvN '미생'신재훈, 최귀화 / 사진 = tvN '미생'


자원팀에서 하 대리와 함께 안영이를 차별하는 유 대리(신재훈 분)는 자원 2팀의 마초적인 분위기에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응하려 애쓰는 직장인의 표본이다. 하지만 성격 자체가 모질지 못해 적절한 타이밍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면 안되지” 하고 말해버린다.

하 대리와 함께 악역 케미를 이루며 극에 재미를 더하고, 안영이를 돋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독특한 외모가 존재감을 발한다.

신재훈은 연극 ‘베를린의 베짱이’로 데뷔, 오랜 시간 연극배우로 살았다. 다수의 무대에 오랐지만, 드라마 연기는 ‘미생’이 처음이다. 첫 번째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 그의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다.

만약 소위 A급 배우나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이 배역들을 소화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림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호평을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 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실감 있는 직장을 옮겨온 미생의 성공에는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보석 같은 배우들의 발굴이 8할을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총 20부작 미생은 종영까지 9회분을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들이 등장해 스토리의 풍부함을 더할지, 새로이 만날 연극계의 보석은 또 누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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