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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무비게이션]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등록 2014.11.21 13:22

김재범

  기자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영화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상력이다. 영화는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할 상황을 상상으로 그려낸 가상이다. 두 번째는 재미다. 가치(관람료)에 대한 충족(재미)이 이뤄져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잡아내도 흥행의 5부 능선은 넘어서게 된다. 이후 여러 가지 ‘충분’조건이 만족된다면 이른바 ‘대박’은 확실한 보증수표가 된다. 최근 극장가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의 행보가 그렇다. 상상력 그리고 재미 여기에 ‘충분’조건인 연출, 캐릭터, 배우 연기, 캐릭터 및 시퀀스간의 조화가 이뤄져 ‘걸작’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빅매치’는 당연히 ‘인터스텔라’의 대항마로 내세우기엔 부족함이 너무도 눈에 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란 불변의 명제 속에서 해석하자면, ‘빅매치’는 영화적 본질인 ‘상상력’과 ‘재미’ 두 가지에만 집중했고, 그 두 가지를 스크린에 ‘빅매치’시킨 상업영화의 간결함을 정석적으로 그린다.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빅매치’는 타임라인의 속도감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고속도로 같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거대 도시 서울 전체다. 서울 전체가 하나의 게임판이 된다. 쉽게 말하면 서울이 장기판이 되고 주인공 ‘최익호’(이정재)는 그 판 위에서 설계자(신하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말’이 된다. 당연히 최익호는 자신이 왜 말이 됐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움직이는 설계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한다. 인질로 붙잡힌 형(이성민)을 구하기 위해서다. 러닝타임 동안 총 5개의 미션이 등장하고 그에 걸맞게 5번의 재미가 관객들의 오감을 쥐고 흔든다.

첫 번째 재미는 이 부분에서 출발한다. 관객들은 최익호의 움직임에 어떤 목적성이 있음에도 그 이유를 모른다. 연출을 맡은 최호 감독은 관객을 영화 속 게임 진행자 이자 설계자 ‘에이스’의 감정 속으로 끌어 들인다. 에이스는 악역이지만 악역인지 아닌지 초반부터 구분하기 힘든 모호함으로 이정재의 눈과 귀가 된다.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그렇게 최익호가 말이 돼 움직이는 이 게임의 진행 과정이 두 번째 재미다. 게임의 묘미는 단계별 ‘클리어’의 카타르시스에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힌 최익호는 영화에서 총 5단계의 미션을 수행한다. 경찰서를 탈출하는 첫 번째 장면에서의 액션 시퀀스 조합은 피와 땀이 스크린을 뒤덮는 기존 그것과는 완벽하게 차이가 있다. 최익호와 그를 잡기 위해 경찰 사이의 감정이 기묘하게도 적대적이 아닌 서로의 목적성을 이루기 위한 ‘스포츠’의 형태로 그려진다. 감독은 영화 전체의 관람과 게임자로서의 감정 이입, 여기에 각각의 미션 상황 속에서의 관람자로서까지 관객에게 3중의 재미를 선사한다.

세 번째 재미는 육체적 카타르시스다. ‘빅매치’는 제목에서처럼 게임의 법칙을 말한다. 최익호가 에이스의 지시에 따라 서울 곳곳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빅매치’ 속 게임의 룰은 일반적인 ‘보드 게임’의 법칙과 유사하다. ‘인간 말’ 최익호가 자신의 장기인 격투기를 통해 육체적 대결과 돌파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보드 게임의 특징을 보자. ‘보드 게임’은 게임자들이 말을 이용해 판 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전투다. 전술적 계산 그리고 고도의 수 싸움이 베이스다. 쉽게 말하면 가장 남성적인 투쟁성이 담보가 되는 게 보드 게임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최익호의 격투 액션 플롯은 이 같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보완 장치다. 이를 통해 관객은 최익호와 동일시 돼 관문을 돌파하는 카타르시스도 맛 볼 수 있다.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네 번째 재미도 있다.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 악역 ‘에이스’의 존재다. 배우 신하균이 연기한 ‘에이스’는 사실 ‘빅매치’의 만화적 상상력에 방점을 찍는 캐릭터다.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며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조실장(김윤성)이 수경에게 “에이스 심기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냐”며 윽박지르는 장면이 힌트다. 영화는 에이스의 전사(前史)를 과감히 삭제했다. 그저 에이스는 이 서울 바닥 어딘가에서 약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악덕 게임 설계자이며 승부사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최익호와의 대결에서 드러날 그의 정체를 위해 ‘빅매치’는 쉼 없이 엑셀레이터를 밟을 뿐이다.

진짜 재미는 바로 다섯 번째에 있다. 앞선 네 가지의 재미를 더한 ‘빅매치’의 재미 포인트는 이 마지막 다섯 번째를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된다. 바로 장르적 창조력이다. 충무로의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난 최호 감독은 매번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 ‘빅매치’는 형태와 스토리 전개, 플롯의 배치와 구성, 캐릭터의 성격까지 어느 것 하나도 기존 충무로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던 그것이다.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빅매치’는 굳이 따지자면 코믹 액션에 가깝다. 하지만 그 코믹은 캐릭터가 담당한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라미란 김의성 배성우 손호준 최우식은 존재감으로만 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반대로 이정재와 이성민은 코믹과 진지함으로 줄타기를 기묘하게 처리해 냈다. 신하균과 가수 보아는 규정되지 않은 신선함으로 다른 한축을 담당했다. 스토리는 캐릭터의 코믹성과는 반대로 강렬한 남성미가 차고 넘친다. 일부 장면에선 피가 튀는 하드코어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결코 고개를 돌릴 법한 잔인함은 아니다.

112분의 러닝타임이 흐른 뒤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가쁜 숨을 몰아 쉴 것이며 물 한 잔을 찾게 될 것이다. 사실 결론적으로만 보면 ‘빅매치’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강렬한 도전장이다. 블록버스터 강박증, 그리고 자극이 판을 치는 충무로 영화계에 중독된 관객들에게 큰 판의 동참을 권유한다. 물론 패배는 100% 관객들이다. 이유는 철저하게 계산된 ‘빅매치’의 완벽한 설계가 있기 때문이다.

 ‘빅매치’, 112분의 아우토반···“재미도 빠를 수 있다” 기사의 사진

상업영화라면 모름지기 이래야만 한다. ‘빅매치’는 그것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다. 개봉은 오는 27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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