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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이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공포는 실제다

[무비게이션] ‘애나벨’, 이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공포는 실제다

등록 2014.09.30 16:55

김재범

  기자

 ‘애나벨’, 이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공포는 실제다 기사의 사진

오컬트 무비(악령을 주제로 한 영화)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악마의 실체를 내세워 관객들의 심리를 옥죄는 방법을 택한다. 관람 시간 동안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악령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접하고 그 실체에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직접적 공포를 느끼게 된다. 때문에 공포나 호러 장르 마니아들의 끝판을 ‘오컬트’라고 칭하기도 한다. 영화 역사상 최강의 오컬트 무비로 ‘엑소시스트’를 꼽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지난 해 가을, 딱 지금 시기에 독특한 분위기의 오컬트 무비 한 편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란 듣도 보도 못한 카피를 내세운 ‘컨저링’이 화제였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단 점에서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딱 1년이 흘렸다. ‘컨저링’의 개봉 1년이 지나고 영화의 정확하게 1년 전 얘기를 담은 ‘애나벨’(수입:배급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애나벨’은 ‘컨저링’의 오프닝을 장식해 눈길을 끈 인형의 이름이다. 워렌 부부가 의뢰를 받아 해결한 사건 이후 부부의 초자연현상 박물관의 유리관에 봉인된 뒤 한 달에 두 번씩 신부님이 방문해 기도로 다스리고 있는 이른바 악령이 들어 있는 인형이다. 여기까지는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보기에도 섬뜩한 이 인형이 왜 공포의 대명사인 악령의 인형이 됐을까. ‘컨저링’을 만든 제임스 완 감독과 함께 ‘인시디어스’를 함께 한 촬영감독 출신의 존 R. 레오네티 감독은 이 인형의 뒷얘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공포물의 대가 제임스 완 감독의 작품을 촬영하면서 익힌 기술을 오롯이 ‘애나벨’에 쏟아냈다. 결과는 끔찍스러울 만큼 섬뜩하고 경악스러울 만큼 기분 나쁜 오컬트로 탄생됐다.

여자 주인공이 이끄는 서사는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강인함이거나 연약함. ‘애나벨’ 속 주인공 ‘미아’는 딸을 지키는 강인한 엄마이면서도 악령의 노림에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스크린 속을 휘젖는 연악한 여성이다. 영화는 임신한 미아에게 남편 존이 인형 ‘애나벨’을 선물하면서 시작된다. 평소 인형 수집이 취미였던 미아는 기이한 분위기의 ‘애나벨’을 선물 받고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옆집 부부가 한 사이비 종교 광신도에 의해 살해 되고 자신들조차 습격을 받다 살아나면서 기이한 현상은 시작된다.

 ‘애나벨’, 이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공포는 실제다 기사의 사진

아마도 없는 거실에서 갑자기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전기 재봉틀, 인형이 앉아 있는 흔들의자가 소리를 내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 급기야 미아의 눈에 자신을 습격하다 죽은 한 여인의 환영이 비춰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미아는 악령이 무언가를 노리고 접근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애나벨’은 일반적인 오컬트 무비가 갖는 악령의 실체와 ‘엑소시즘’(퇴마 행위) 등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악령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공개하지도 않는다.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장면도 없다. 그럼에도 ‘애나벨’의 공포 수치가 측정 불가 수준으로 끓어오르는 것은 주인공 미아의 심리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 들인 레오네티 감독의 특화된 ‘오컬트 연출력’ 덕분일 것이다.

‘아파트’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악령과의 추격전은 실체와 환영을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준다. 사실 악령(영혼) 자체가 실체 없는 실체이기에 관객이나 극중 미아 모두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체감 호러 지수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아의 눈에도 관객들의 눈에도 ‘악령’의 실체는 결코 직접적인 노출을 하지 않는다. ‘도달할 때 쯤 사라지는’ 반복성을 통해 관객들의 호러와 공포 지수를 점차 끌어 올리며 하이라이트까지 끌고 간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인형 ‘애나벨’의 기괴한 외모다. 작은 아이만한 크기의 이 인형은 실제 사람과 비슷한 외모와 눈으로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극중 미아 역시 애나벨의 기괴함에 호기심과 경계심을 넘나드는 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한다. 특히 악령이 스며들면서 피부톤과 사람 눈동자를 고스란히 닮은 눈의 변화는 섬뜩하다 못해 끔찍할 정도로 기분 나쁜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미국 내 희대 사교 집단으로 기록된 찰스 맨슨의 ‘맨슨 패밀리’ 집단 습격 사건 모티브, ‘컨저링’이란 전무후무한 오컬트 무비 프리퀄, 이 두 가지만으로도 ‘애나벨’은 가장 기분 나쁜 오컬트 무비 상위권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인형이란 매개체가 주는 주술적 의미가 결합되면서 ‘애나벨’은 ‘오컬트 무비’ 역사상 최강으로 꼽히는 ‘엑소시스트’를 위협할 대항마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15세 이상. 개봉은 10월 2일 0시.

 ‘애나벨’, 이 영화 속 주인공 그리고 공포는 실제다 기사의 사진

1-P.S ‘애나벨’을 본 당신은 분명 엘리베이터 공포증과 자신의 집 현관문 천장 공포증에 한동안 시달릴 것이다. 이유는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P.S 영화 속 주인공 ‘미아’역을 맡은 영국 출신의 여배우, 이름이 ‘애나벨 월리스’란다. 아마도 이 여배우 한 동안 인형 공포증에 시달렸을 듯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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