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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재벌 2세 호암의 딸들···저마다 다른 삶

[재벌家 여성들①]비운의 재벌 2세 호암의 딸들···저마다 다른 삶

등록 2014.09.24 15:49

수정 2014.10.08 17:51

강길홍

  기자

남자형제들은 경영권 다툼···대부분 결혼 후 가정주부장녀와 막내딸은 삼성 일부계열사 분리해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은 박두을 여사와 슬하에 3남5녀를 뒀다. 장녀 인희, 장남 맹희, 차남 창희, 차녀 숙희, 3녀 순희, 4녀 덕희, 삼남 건희, 5녀 명희 순이다. 이병철 회장과 일본인 부인 사이에 태어난 4남 태휘와 6녀 혜자도 있지만 이병철 회장 사후의 소식이 알려지지 않는다.

이병철 창업주의 아들들은 골육상쟁을 일컬어도 될 만큼의 치열한 경영권 승계 전쟁을 벌였다. 최근 마무리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재산 소송도 당시 벌어졌던 경영권 다툼의 여파였다. 그에 반해 다섯 딸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무난한 삶을 살았다.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면서 대외활동이 거의 없었다.

이인희 고문은 의사인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남편 내조에 충실하면서도 삼성에서 분리된 한솔그룹의 경영에 아들들을 참여시키고 어머니이자 고문으로서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대외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인희 고문의 역할이 없었다면 한솔그룹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위),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아래 왼쪽),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위),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아래 왼쪽),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차녀 이숙희씨는 LG가로 시집을 갔다. 이숙희씨의 남편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다. 구 회장은 이숙희씨와 결혼하면서 LG 대신 삼성에서 주로 활동했다.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동양TV, 호텔신라, 중앙개발 등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며 장인인 이병철 창업주의 신임을 얻었다.

사돈을 맺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두 기업은 삼성이 당시 LG의 핵심이던 가전 사업 진출로 틀어졌고 이는 구자학 회장이 LG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숙희씨도 친정으로의 발길을 줄였다. 이숙희씨는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유산상속 소송에도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소송이 제기된 당시에 이건희 회장은 누나 이숙희씨에 대해 “결혼 전엔 애녀(愛女)였지만 금성으로 시집가더니 삼성이 전자 사업한다고 시집에서 구박을 받아 집에 와 떼를 썼다. 보통 정신을 가지고 떠드는 게 아니었다”며 “당시 아버지가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3녀 이순희씨는 김규 서강대 교수와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했다. 4녀 이덕희씨는 경남 의령의 대지주 아들인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과 결혼했다. 경남 의령은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병철 회장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 차남이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삼성전기·삼성전자 등 주로 전자계열사에서 근무했으며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의 핵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닦았는 평가를 듣는다.

이명희 회장은 삼성가에서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분리해 아버지를 경영 스승을 삼으면서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던 정재은 명예회장도 아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여장부 스타일 장녀 vs 국내 최고 여자 부자 막내= 이인희 한솔 고문은 맏딸답게 여장부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병철 창업주도 삼서그룹의 후계자 문제로 골치를 썩을 때마다 이인희 고문이 아들이 아닌 것을 아쉽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병철 회장이 골프 라운딩을 할 때 이인희 고문을 자주 대동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이인희 고문은 한솔그룹을 훌륭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고문이라는 직함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아들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조력자의 역할에 만족했다.

이인희 고문은 1991년 삼성가로부터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물려받아 한솔그룹을 설립함으로써 형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삼성그룹과 분리했다. 이후 IT, 금융, 레저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벌이면서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을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한솔그룹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으로 위기를 맞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최근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막내딸답게 이병철 창업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명희 회장도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도 남달라 누구보다 아버지를 닮으려고 애쓰고 있다. 2005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오픈하면서 이병철 회장의 흉상을 본관에 세운 것도 구 때문이다. 당시 신세계 사보를 통해 “선대 회장께서 가장 힘쓴 것이 인제 육성이었다. 선대 회장께서는 성공한 일을 다시 돌아보지 않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으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버지를 경영 스승으로 삶고 아버지의 스타일을 닮기 위해 노력한 덕분인지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딸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2001년 올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을 제치고 국내 여성 부호 1위에 올랐다. 1997년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만 가지고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다각화를 진행하며 유통대기업으로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이 1979년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일하며 백화점에서만 한우물을 팠던 것도 오늘날 성공의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도 이병철 회장이 작고 이후 삼성그룹에서 나와 조선호텔·신세계백화점 등에서 활동하며 이명희 회장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딸인 정유경 신세계인터내셔널 회장도 일찌감치 신세계그룹 경영활동에 참여해 착실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상속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당한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여타 그룹과 달리 큰 잡음 없이 넘어갔다. 신세계 오너일가가 지난 2007년 상속 및 증여세로 납부한 세금은 3500억원대로 역대 최고액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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